보라고 쓰는 일기 시즌 2. 주간 이고양 리뷰 (07.24~07.30)
보라고 쓰는 일기 시즌 2는 주간 일기 형식으로 작성하기로 했어요.
시즌 1처럼 일상 속 이고양의 생각도 담아내지만,
시즌 1과는 다르게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도 함께 적어나갈 예정이에요.
그래서 이름은 '주간 이고양 리뷰'.
매주 월요일마다 찾아올게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에 대해서 뒤늦게 알게 되었다. 논란도 많고 의혹도 많은 사건이지만, 그저 한 사람의 교육자가, 그것도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현실이 참담하고 속이 탈뿐이다. (해당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여기서 마치려 한다)
홍토끼와 나는 둘 다 교육업계에 종사하고 있고, 각기 다른 분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자연스럽게 학부모 갑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나도 그렇고 홍토끼도 그렇고, 정말 감사하게도 좋은 학부모님을 많이 만났고, 악질이라고 부를 정도의 학부모를 만난 적은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갑질을 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크고 작은 일들이야 당연히 있었고, 아마 교육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교사 및 강사들이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일들을 똑같이 겪었다. 적고 보니 참 서글픈 말이다. 그게 뭐 그리 좋은 일이라고 모든 교사와 강사들이 한 번쯤은 겪게 되는 걸까.
대화의 흐름은 갑질 학부모를 지나, 어릴 적부터 다양한 서비스 직종의 파트타임 근무를 해오며 만났던 진상 고객들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야기를 듣던 홍토끼가 듣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갖 군상의 진상들이 참 많았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우리 동네에 주차 진상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면 이런 주차를 하는 건지..
아무튼 다양한 진상들 중에서도 최악의 진상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수치심을 모른다'는 것이다. 어떤 진상들은 그러면 안 된다고 좋게 이야기하기만 해도 바로 알아듣고 죄송하다고 하곤 한다. 이런 사람들은 진상이라 부르기도 미안하다. 그저 신경을 조금 덜 쓰는 바람에 실수를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안된다고 이야기했을 때에도 투덜대거나 비꼬는 한마디를 덧붙이면서 그만둔다. 이런 사람들은 진상이긴 해도 그럭저럭 참아 넘길만하다.
최악의 진상들은 자신이 왜 진상인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인간들이다. 제 뜻대로 안 되면 '사장 나오라 해!'를 연발하는 진상. 안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민원을 넣겠다며 협박하는 진상. 자기 애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든 '애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진상.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지를 모르고, 수치심을 모른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無惻隱之心(무측은지심) 非人也(비인야)
- 약자의 고통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無羞惡之心(무수오지심) 非人也(비인야)
-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無辭讓之心(무사양지심) 非人也(비인야)
- 타인에게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無是非之心(무시비지심) 非人也(비인야)
-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맹자가 보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중 몇이나 사람으로 보일까?
나 또한 어느 순간에는 사람이 아니었던 건 아닐까?
남을 욕할게 아니라 나라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 애써야 할 것 같다.
내가 뭘 원하는지 어딜 가면 그게 있는지 정확히 알며 그걸 취할 능력도 있는 어른이라 기쁘다.
- 책 <작은 기쁨 채집 생활> 中
꾸준히 일주일에 한 편씩의 V-log를 올리고 있는 홍토끼. 워낙에 책을 많이 읽고 생각도 깊은 사람인지라, 덕분에 나도 일주일에 한 번씩 다른 책들을 접하고, 또 새로운 생각들을 만나게 된다. 홍토끼와 나는 둘 다 각자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 서로의 콘텐츠를 보며 리뷰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단순히 상대방을 위한 리뷰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콘텐츠가 서로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편이다.
특히나 책 소개나, 책에 대한 홍토끼의 의견은 나에게 늘 크고 작은 영감을 주는 편인데, 내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책을 두배로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릴 때 한 번쯤은 분신술을 써서 여러 가지 일을 해보는 상상을 하지 않는가? 마치 그와 같다. 두 사람이 각자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두 명 분의 독서를 한꺼번에 하는 기분이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 내가 뭘 원하는지 어딜 가면 그게 있는지 정확히 알며 그걸 취할 능력도 있는 어른. 홍토끼의 유튜브를 보며 눈에 들어온 이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책에서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등의 사소한 기쁨을 이야기하였지만, 나는 이 책이 담아내고 있는 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생각된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 그 개념을 너무나 정확하게 담아내었다고 생각한다.
흔히 '원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다양한 대답들이 나온다. 가장 흔하게는 '돈', 그다음으로 흔한 것은 '사랑' 그 외에도 물질적인 것부터, 정신적인 만족감까지 정말 다양한 대답들이 나오곤 한다. 원하는 것은 정말 다양하지만, 그것을 원하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예외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것을 가지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무언가를 원하곤 한다.
이러한 원하는 것들의 공통점은 바로 '갖지 못한 것'이다. 나에게서 결핍된 것, 나에게서 모자란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내게 허락되지 않은 것. 그런 것들을 우리는 원하고 바라고 갈망한다. 이러한 갈망은 때때로 위험하다. 그것을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수록 더 그렇다. 채울 수 없는 갈망은 한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니까.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 갈망하는 것에 온 신경을 빼앗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삶의 다른 많은 것들을 포기하곤 한다. 그 안에 크고 작은 또 다른 행복들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작가가 이야기하는 '원하는 것'이 더욱더 멋지게 보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이다. 손쉽게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나를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손쉽게 만날 수 있음에도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길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원하는 것'이다.
이 '원하는 것'을 알고, 또 어디에서 그것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으며, 그것을 얻을 능력을 갖춘 것.
아.. 이 조건을 갖추었다면 정말 어른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것은 원신흥동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