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양의 연애의 비밀 네 번째. 짝사랑을 멈추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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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애의 비밀 세 번째 이야기에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다. 마음을 빼앗기는 바람에 더 이상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내 마음. 나의 모든 일상이 그 사람으로 좌지우지되는, 그만큼 내 삶의 결정권을 빼앗겨 버린 일상. 그러나 그 사살이 마냥 가혹하지 않은 것은 사랑이란 본디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의 마음 역시도 내 것이 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리는 아름다운 사랑의 형태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랑의 형태기 이토록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랑에는 또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 돌아오지 않는 사랑, 응답 없는 사랑. 일방통행. 바로 짝사랑이 그것이다.
짝사랑은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잔혹하다. 내 마음은 이미 그 사람에게 빼앗겨 버렸건만, 그래서 나는 이미 텅 비어버렸건만, 그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 그 사람에게 그대로 있거나, 심지어 그 사람의 마음이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 있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 사람의 마음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비어있는 그대로이며, 내가 가진 마음은 하나도 없다. 황량하게 텅 비어버린 가슴이 미어지듯 아플 뿐이다.
짝사랑의 가장 슬픈 점은 빼앗겨버린 마음 그 자체가 아니다. 마음이야 이미 빼앗겨 버린 것이니 마음껏 그 사람을 좋아하면 될 일이다. 정말 슬픈 점은, 내가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그 사람의 존재로 인하여, 삶이 뒤틀리고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거스르며,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게 되어버렸는데, 그 사람은 조금의 흔들림 조차 없다. 그 사람의 작은 표정 말투에도 휘둘리는 나와 달리,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떠한 흔들림도 안겨줄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짝사랑이 슬프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저 온전히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 될 일이건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야 할 의무가 조금도 없건만, 이 모든 것들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을지언정 마음이 그 이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나도 모르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아주 조금만 내 생각을 해주어도, 아주 조금만 날 바라봐주어도, 정말 아주 조금이어도 좋을 텐데, 그 사람은 아무리 봐도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의 마음에는 생채기가 생긴다. 그 사람은 전혀 상처 입힐 의도가 없었음에도 나 스스로가 나의 마음에 생채기를 새겨버린다.
그 정도로 희망이 없다면, 마음을 접을 법도 한데. 앞서도 이야기하였듯이 마음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참으로 아프고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그 사람을 좋아하는 순간 그 마음을 돌이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짝사랑의 결말은 보통은 둘 중 하나로 귀결된다. 짝사랑의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그 결과가 어찌 되든지 고백을 한다거나, 혹은 조용히 마음을 접어버리거나. 어느 쪽이든 기나긴 고통의 짝사랑이 끝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정말로 가슴이 미어지는 짝사랑은 '고백할 수 없는 짝사랑'이다. 그건 바로 짝사랑하는 대상이 자신을 철석같이 친구로 믿고 있을 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nsG4Jt3W34
이 노래는 가수 레이디제인이 부른 '찬한 사이'라는 노래이다. 혹여나 오래된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듣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 노래를 알게 된 것도 오래된 남사친을 짝사랑하는 친구와 노래방에 갔을 때 울면서 부르는 걸 듣고 알게 된 노래였으니까. 이 곡의 모티브가 10년 지기를 짝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쓴 노래라는데, 10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2~3년 정도만 친하게 지낸 친구가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한 경험이 있다면 누구든지 공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게 참으로 오묘한 것이라,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좋아하는 표현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짝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는 것, 그러니까 그 사람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더 말문이 막히게 된다. 자신을 정말 좋은 친구로 보는 듯한 그 사람의 눈빛에 마음을 더욱 감추게 된다.
이 상태가 너무 오래 가게 되면 용기가 없어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말하고 싶어도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된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것 자체가 어떤 배신과도 같은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고백을 하면 안 되는 상황으로 점점 꼬여가기도 한다. 내 또 다른 친구가 나에게 그 사람이 좋다며 잘 되게 도와달라고 하는 일은 차라리 싫다고라도 할 수 있는 상황. 그 사람이 나에게 다른 사람에 대한 연애고민이라도 말하는 날에는 정말 미어지는 마음을 참아내야 할 것이다. 혹은 그 사람이 나와 다른 사람을 연결시켜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너지면서도 애써 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할 수 없는 짝사랑이라는 것은 참 이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이다.
내뱉지 못한 말들이 가슴에 응어리지고 쌓여서,
그 사람을 보기만 해도 욱신거리고
생각만 해도 시큰거리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버린다.
만약 이 글에 당신이 공감을 하고 있다면,
부디 힘내기 바란다.
물론 당신에게는
그 사람의 사랑 외에는 어떠한 것도 위로되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