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고양 Jun 10. 2024

사랑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바뀌고 싶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에 빠지면 사람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화 통화도 귀찮아하던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핸드폰을 붙잡고 살게 되고, 섬세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사람이 연인의 사소한 한마디도 모두 기억하려 애쓰고,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던 사람마저도 연인의 입에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는 게 더 먼저가 된다.


멋지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내 애인의 변화는 멋진 사랑의 증표로서 주변 사람들에 자랑삼아 이야기할 수도 있고, 혹은 스스로가 변한 자신의 모습이 자랑스러워서 ‘내가 사랑에 빠지니까 이렇게 되더라’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세상은 동화와 같지 않아서, ‘두 사람은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았답니다’라는 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랑해서 바뀌었다는 이 멋지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숨겨진 뒷 이야기가 있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 변한 모습이 다시 돌아갔다거나, 혹은 변한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상대방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새드앤딩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사랑은 그 사람을 바꾸지 못한 것이다.


사랑은 나를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단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만들어 줄 뿐이다.


그러니 그런 행동들이 가능한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니까. 내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들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미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며, 평소에 싫어하던 행동들이 싫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위에 들뜬 기분을 덧씌웠기 때문이다. 좋아하던 것들도 참을 수 있는 것은 이미 가장 좋아하는 대상에게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낯선 행동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고, 싫어하던 행동도 기꺼이 할 수 있으며, 좋아하던 것도 끊어낼 수 있는 것이다.


불행한 사실은 그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는 내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랑이 식는다거나, 더 이상 잘 보일 필요가 없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랑에 푹 빠진 상태에 익숙해져서 다른 것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뿐이다. 그 여유 때문에 낯섦을 다시 느끼고, 싫은 행동에 대한 거부감도 느껴지고, 좋아하던 것들이 다시 생각날 뿐이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서 싸움이 일어난다.


연애 초반에는 기꺼이 하던 행동들이 조금씩 억울해지기도 하고, 끊어내도 괜찮을 것 같았던 담배나 게임이 다시 생각나기도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도 그것이 너무나 잘 느껴져서, 마치 날 사랑하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사랑이 식었음을 의심하게 된다.


사랑은 그대로인데 불화가 생겨난다.


이 모든 것은 ‘사랑이 사람을 바꾼다’라고 착각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새드엔딩이 모두에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연인들은 변한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기도 하고, 그러한 변화에 대해서 조금의 억울함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사랑은 날 바꾸지 못한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은 날 바꿀 힘이 없다. 단지 내가 바뀌고 싶은 이유일 뿐이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다.


사랑에 기대어 나 자신을 바꾸려고 하면 그것은 반드시 실패한다.

사랑을 위해서 나 자신을 바꾸려고 해야 한다. 그것이 정답이다.


얼핏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목적이 다르고 수단이 다르다. 그러니 태도가 다르고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며 변화의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 내가 저 사람에게 푹 빠져있는 그 기분에 의존하여 나를 변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시적인 변화에 그치게 된다.


후자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변화의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사랑하는 기분이나 감정과는 무관하다. 나 스스로가 변화해야 할 이유를 찾아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 자체가 바뀌게 된다.




잘 와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매우 간단하면서도 구체적인 예시를 들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내 주변에는 연애 전에는 흡연가였으나, 비흡연자를 만나며 금연을 시작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는 얼마 못 가서 실패한 사람도 있고, 연인 몰래 다시 피우기 시작한 사람도 있으며, 10여 년이 되도록 금연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금연을 시작한 이유를 물어보면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연인이 담배냄새를 싫어하고, 건강을 위해서 끊었으면 좋겠다 말해서”

“비흡연자인 연인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서”


둘 중 어느 쪽이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인지는 확연히 보일 것이라 생각해서 굳이 적지 않겠다. 잘 모르겠다면 꼭 이 글을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보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을 확인하려 하지 말아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