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강> 미야모토 테루 2018.06
미야모토 테루를 알게 된 것은 <환상의 빛> 때문이고, 환상의 빛을 알게 된 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때문이다.(이런 흐름은 꽤 기분 좋은 일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미야모토 테루의 단편 환상의 빛으로 장편 데뷔했다. <螢川, 반딧불 강>이란 이름으로 엮여 있는 두 편의 소설은 2006년 문학동네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서점을 돌아다니면 이런 소설집은 눈에 띄지 않는다. 도서관의 일본장서 쪽을 훑다 발견했다.
이런 흐름은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작품이 작품을 이어주고, 작가가 작가로 이어지는 흐름은 손바닥만한 세계를 한 뼘 정도 키운다.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을 읽은 이가 <반딧불 강>을 펼치면 단편 <반딧불 강> 이전에 <흙탕물 강>을 만나게 된다. 나는 이제 막 집 근처 제법 근사한 카페에서 <흙탕물 강>을 읽은 참이다. 정오에 문을 열어 자정에 문을 닫는 이 카페에는 이화여대 기숙사 후문 쪽에 자리하고 있다.
*죽은 마부의 시신을 덮고 있던 꽃돗자리의 짙은 자주색 창포, 홀연히 사라진 야마시타마루의 노인, 그리고 밤에는 배집에 가면 안된다는 아빠의 말...... 그러한 것들이 아직 여린 노부오의 가슴에 뒤엉킨 실밥과도 같은 상태로 놓여 있었다.
*인적도 뜸해진 도지마 강 주위에는 버드나무 가지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두 소년은 터벅터벅 강변을 걸어서 돌아왔다. 바람의 상태에 따라서 마쓰리의 악기 소리가 크게 들리기라도 하면 두 소년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멈추어 서서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릴 적 한강 변에 살았다. 요즘은 퍽 한강이 범람하는 일이 없는데, 80년대 생들은 한강 범람 소식을 제법 접했다. 비가 오는 날, 비가 막 그친 후 당시 고수부지로 조성되지 않은 한강 변에 나서면 잡목과 플라스틱 잡동사니들이 제멋대로 엉켜 떠내려오곤 했다. 상상일진 몰라도 죽은 돼지의 사체도 본 적이 있는데, 친구들과 죽은 돼지를 보고 소리를 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갑을 주웠는데 만원짜리가 가득했다는 놈, 게임기를 주워서 말렸는데 작동이 되더라는 놈까지 다양했다. 어디까지 떠내려가는지는 관심이 없었고, 눈 앞에 떠내려 가는 것들을 바라보기는 것이 구경거리였다.
한강 수위가 높아졌다, 잠수교가 잠겼다,는 소식이 없는 요즘이다. 흙탕물 강에 발을 담가본 적도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