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똥을 못 싸고 나는 오줌을 못 싼다

선생님 말 좀 들어라

by 드레스 입는 엄마

"술, 커피 안 됩니다."


한 며칠 컨디션이 안 좋더니
결국 방광염과 몸살이 같이 왔다.


자주 가는 이비인후과에서 몸살약을 타는데
꽤 자주 보는 선생님이라
내 사정을 대충 아신다.


아이 셋을
안고 끌고 키운 엄마라는 것.


아들 둘은 좀 별나고
막내딸은 한창 귀여울 때라는 것.


그리고
나는 방광염을 자주 앓는다는 것까지.


방광염에는
술과 커피가 쥐약이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끊지를 못한다.


하루 종일 애들 뒤치다꺼리로 바쁜데
이 재미라도 없으면
어떻게 버티냐고요.


등교시키고는 커피.
육퇴 하고는 술.

이거
국룰 아닙니까.


이번 방광염은 꽤 심하다.
며칠은 참아야 할 것 같다.


병원을 나와
1층 카페에 들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난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마지막으로 딱 한 잔만.
오늘 저녁 술은 안 마셔야지.


커피를 마시니
고새 방광이 찝찝하게 아프다.


화장실로 뛰어가니
나오라는 소변은 잘 나오지도 않고
치렁치렁 입은 드레스는 거치적거린다.


"에씨."
아들은 똥을 못 싸고
나는 오줌을 못 싼다.


유분증 있는 첫째 하교 시간이 다가온다.


방광염이 자주 오는 나는
첫째랑 꽤 많이 닮았다.


의사 선생님 말 안 듣는 나나
엄마 말 안 듣는 너나.


똑같아서
괜히 부아가 치민다.


오늘 저녁 술은
진짜 안 마셔야 되겠다.


애들 키우면서
나도 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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