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 300개와 빨간 양말

by 드레스 입는 엄마

마트에서 산 스트로우 젤리는
한 상자에 300개가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오늘 아침 몸으로 배웠다.

엊저녁에도 육아로 녹초가 됐고
애 아빠는 늦었다.

엄마 먼저 잠들어버린 침대 위에서
아이 셋은 장사를 하네, 손님이 됐네 하며
부엌에 있는 간식통까지 끌고 들어왔다.

"치우고 자라."
비몽사몽, 눈도 못 뜨고
잔소리만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우수수 비가 내렸다.

빗속에서 막내는
"까줘. 까줘." 하며
내 뺨을 때렸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침대는 온통 젤리 밭이고
아이 셋과 나는 젤리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등교를 보내놓고
스트로우 젤리를 하나하나 주워 담다가
욕이 나왔다.

'백 개만 있어도 되는데
진짜 300개가 들었어!!'

뜯지 않은 젤리들은
고스란히 다시 박스에 들어가
찬장 위에 올려졌다.

"기운이 남아돌면 청소를 하지,
개판만 쳐놓고."

오늘은 커피 한 잔 하러 갈 새도 없겠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안 보이는데

젤리밭 노예가 된 기분이네.
수습은 늘 내가 해야 한다.

그래도
젤리 밭을 수확하는 엄마는
오늘도 드레스를 입었다.

드레스 밑에 신은 빨간 양말.
이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나,
젤리밭에서도
낭만은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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