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가난한 친구를 사겼어

by 드레스 입는 엄마

커피숍 정기할인권을 샀다.
내 돈을 내고도 이득 본 기분이 든다.
나 같은 호구 덕분에 카페는 돌아간다.

카페인에 쩔은 몸으로 잠자리에 누웠는데
둘째가 말했다.
"엄마, 나 가난한 친구를 사귀었어."

친구가 얼마나 가난하길래 저러지,
애들이 그런 말을 쓰는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떻게 가난하대?"

"되게 착해. 말도 착하게 해 주고."
…아, 그렇구나.

"가난하다는 건 돈이 없다는 뜻이야. 혹시 친구한테 가난한 아이라는 말도 했어?"

다행이다.
말로 꺼내진 않았단다.
제 딴엔 유식하게 칭찬한 건데 싸움 날뻔했다.

"가난하다는 말은 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듣는 사람이 기분 좋을 말도 아니야. 그런 말은 친구에게 하지 마."

"알았어. 우리 집은 가난해?"
솔직하게 말하면 너 상처 안 받을 자신 있냐.

"... 엄마는 마음이 부자지."
"마음이 부자가 뭐야?"

나는 아이 셋을 무한한 사랑으로 키운다.
그리고 매일 웃는다.
배고프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마음이 부자라고 말했다.

"나도 그러면 부자야?"
"내가 부자인데, 너도 부자지 당연히!"

뭣도 모르고 신이 난 아들에게
생색내듯 말했다.

"야, 돈보다 마음부자 되기 더 힘들다?"
..근데 엄마는 돈부자이고 싶긴 해.

아들은 부자 된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마음은 부자인데
커피값은 비싸서,
정기권을 해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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