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식당의 엘리베이터는 붐볐다. 고만고만한 중소기업들이 한 건물을 쓰고 있었다. 김사장과 박사장, 이대표와 장대표들 사이에 남직원과 여직원들이 드문드문 끼어있었다. 짤막한 동향과 안부를 주고 받으며 옆 사무실 직원과 사장도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고, 사장이 옆 사무실의 여직원을 아래위로 흘끗 보고 나를 다시 쳐다보았다. 화장도 좀 해.라고 말하며 20대의 활기참에 대해 말했다.
나는 사회 초년생으로 화장을 하지 않고 다녔다. 복장은 자율이었으므로 별로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 회사를 다닌지 5개월 차 일이었다. 애초에 문제시 삼지 않던 것을 그제서야 거론했던 것은 아마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유, 일적인 융통성도 결부되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막내가 해야하는 잡무들, 타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 그러니까 종합적으로 말했을 때 싹싹함. 그런 것들의 평가가 전반에 깔려 있었고 화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화장과 캐주얼한 옷차림이 문제가 되어 기본적인게 안되어 있다는 평가가 업무 전반에 걸쳐 싹싹하지 못하다는 결론.
웹을 기반으로 한 회사들이 많았다. 사장이 입버릇처럼 잘하자. 응? 그럼 나도 입버릇처럼 열심히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해. 라고 말했다. 여긴 학교가 아니고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대표들을 만나고, 직업환경을 겪고 보니 잘하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사장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잘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라는 것이었다. 잘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려면 열심히 해야했지만, 잘하려고 열심히 하면 개인 열정, 노동을 갈아 넣어야 했으므로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일했다. 보여주기 위해 일하는 일련의 모든 행위들은 사상누각 같았다. 그 위에 쌓고 또 쌓았다.
잘하려면 열심히 해야 했는데 열심히만 해서는 잘하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열심히 마저도 잘 해야했다. 열심히는 당연한 거고 거기다 잘하기까지 하려면 시간과 품이 너무 많이 들었다. 노동에 나를 너무 혹사하는 일이었으므로, 대게가 열심히 보다는 잘에 초점을 맞추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잘이 아니라 열심히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것인데 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외양적으로 잘하는 것처럼 보여야만 했다. 화장처럼.
그럼에도 회사가 유지되고 굴러가는 게 신기했다. 잘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나에게 더 중요해졌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으며, 기본을 지키는 것, 열심히 하는 게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해.라고 나에게 말해준 사장은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도 남아 일했고, 열심히 살았다. 나 같은 을은 대표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