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져 되바라진 이라는 표현은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내가 올린 합평 게시글을 다시 읽었다. 돌려 말하느라 중언, 부언을 껴 넣은 문장이 불필요해 보였다. 이번 강의에 소설을 올린 수강생의 글은 한눈에 봐도 올드 해 보였다. 나는 김유정의 봄봄이 떠오른다고 썼다가 지웠다 반복하다 좋은 말 들으려고 강의 듣는 건 아니니깐. 하며 게시글에 덧붙였다. 저번 회차 줌 강의 때 그분인가 싶어, 자기소개가 쓰인 이번 학기 첫 강의 노트를 확인했다. 그는 중년 남자였다.
‘되바라지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나왔다.
1. 그릇이 운두가 낮고 위가 벌어져 쉽사리 바닥이 드러나 보이다.
2. 튀어져 나오고 벌어져서 아늑한 맛이 없다.
3. 사람됨이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지 아니하고 적대적으로 대하다.
유의어 두드러지다 못되다 버릇없다
여자에게 되바라진다고 쓰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왜 저 말에 기분이 나쁘다고 느끼는 걸까. 궁금했다. 되바라진 여자, 되바라진 남자. 하고 말로 뱉어보았다. 첫 말은 오래된 소설이나 드라마 대사(되바라진 년)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었고, 두 번째 수식은 어디서 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사전적 의미를 생각했을 때 쓸 수 있는 표현 같아 보였고 무엇보다 낮잡거나 속되게 이르는 느낌은 없어 보였다.
나는 왜 기분이 나쁜 건지 스스로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서 되바라지다는 말을 좀 더 찾아보았다. 왜 여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처럼 들리는지를.
야하다
야하다 1 冶하다 [야ː하다]
1. 형용사 천하게 아리땁다.
2. 형용사 깊숙하지 못하고 되바라지다.
유의어 천박하다 천하다
되바라지다는 깊숙하지 못하다는 말과 유의적 관계였다. 되바라진 여자는 야한 여자이며 천하게 아리따운 여자다. 천박한 뜻이다. 기분이 나빴다.
요즘 쓰고 있는 소설이 있다. 여성을 대상화시킨 말들이 많았다. 비판하지 않고 수용했다. 말하자면 누가 그렇다고 써서 그런 줄 알고 읽고, 썼다. 2000년대 초에 소설을 배울 때와, 지금 소설을 배울 때가 달랐다. 경향성 문제라기보다 소설의 지향성 문제로 보였다. 소설에는 그 어떤 것도 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을, 여성을 대상화한 수식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너무 과민한 것인가. 게시글의 수정 버튼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려놓고 과민한 나를 자책하며 한참 망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