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이후의 선택들.
그럼 다 떼버리는게 낫지 않아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가 유방암 3기라는 것을 알고 난 후, 그녀의 어머니도 혈액암을 앓고 있다고 말하며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위로의 말이었으리라.
나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가슴의 기능적 측면, 실용성에만 촛점을 맞춘다면 그랬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용도, 미용적인 것(보기에 좋더라)이 다 인 것처럼 생각되어졌다. 가슴이 있는 체로 35년 살았으니, 가슴이 없는 채로 남은 여생을 사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가슴이 있는 체로 35년을 산 것도 아니다. 2차 성징이후 호르몬의 변화로 가슴이 커진것이니 초경을 시작한 나이인 12년을 빼면 23년을 가슴을 달고 산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절제를 선택하면서 양쪽 가슴을 없애기로 했다. 그러고 나면 아마도 재건수술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겠지. 가슴을 떼고 다시 가슴을 만드는 것이다. 여성성을 그만큼 지켜져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내가 가슴 없이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
5년 전 쯤인가 왼쪽 팔에 타투를 했다. 하기전에는 내가 죽을 때 내 몸에 이런 글이 적혀 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한 것인데 막상 하고 나니 문득 문득 후회가 드는 때도 있었다. 가슴을 깔끔하게 없애는 것은 내 결심이지만 후회가 남기도 하겠구나, 가슴을 재건하는 것도 선택의 하나지만 재건하든 하지 않든간에 후회가 남겠구나.
쓸데 없어 보이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남성 유방암 환자도 있다는데 그 들은 재건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남성에게 가슴은 성정체성의 상징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
소설 창작 수업 중 하나 였던 젠더에 대해 배웠던 것이 생각났다. 섹스라는 것은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을 말하고 젠더라는 것은 사회적 성을 말한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났으면 여성성을 지켜야하는 것일까 선택은 내 몫이다.
최근 웹툰에서 무성애자라는 말을 본적이 있다.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처럼 무성애자도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꾀나 충격적이었다. 성적지향성의 문제라 젠더와는 또 다르지만 태어나고, 자라면서 어떤 것이든 나를 알아 간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항암치료 후에는 혈관 통증이 심하다. 8차까지 절반을 달려왔는데 지난번 채혈때는 오른팔, 왼팔의 안꿈치에서 피가 뽑히지 않았다. 약물이 혈관을 할퀴고 갔기 때문이다. 항암치료 후의 선택들이 남은 여생을 할퀴고 가지 않게 좋은 선택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