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느 순간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 되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가끔씩은 그것 때문에 슬퍼졌다. 이 아름다운 삶의 한편에 견딤, 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세상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세상 일은 꽤 많은 부분이 고난이었다. 기름기를 쏙 뺀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졸이고 얼굴을 붉히는 일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지 않을 것은 아니니까, 살기 싫은 것도 아니니까 라고 생각하면 뭔가 의지 같은 것이 생기곤 한다. 그렇게 조금씩 살아내는 과정을 거치며 하나의 진정한 사람으로 성숙하는 것을 즐기는 것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일일 것이었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조금 더 건강해졌다. 시간과 나 사이에는 서로 기다려주는 일이란 없는 것이므로 적당한 거리와 자세를 유지하며 서로를 지탱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걸어 나가는 길이 나의 어리석음에 묻혀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감정의 먼지 같은 것들은 쓱쓱 쓸어내며 걷고 있는 중이다. 그 모든 과정이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심지어는 그것이 완전히 틀린 것일 때도 있지만, 빛을 내는 것은 별만이 아니므로 나도 반짝임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로소 그것에 가까워지면 그때는 또 그때의 계획을 세워야겠지. 그러다 보면 삶은 결국 살아내는 것에서 살아가는 것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