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호호 불던 시간들도 언젠간 잊힐 것을 안다. 영원이 결코 영원하지 않음을 안다. 생각보다 알고 있는 것이 꽤 많음을 안다. 그렇게 이 세상의 의미들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안다.
그러나 가끔은 생각한다. 이 '알고 있음'이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슬픔으로 느끼게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들도 세상에 많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따금씩 망각을 갈망한다.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 생각해서 답이 나오지 않은 생각들은 차라리 몰랐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잊어내는 것, 모른 척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 발버둥 치는 우리의 모습은 마치 차가운 바람과도 같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 사이에 담을 쌓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특히 조금 슬프거나 괴로운 일들은 알아도 모른 척 지내기로 했다. 그저 흉내 내는 것이라 해도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2월은 이렇게 찬란하게, 그리고 서서히 흘러가고 있다. 수많은 결정과 망설임 사이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나 자신이 조금은 가엾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저 모두의 안녕을 빌 수밖에. 그리하여 우리가 좀 더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