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하루의 끝에서도 쉽게 잠이 들지 못할 때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러 나온다.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마시는 이유는 안 좋은 생각들을 씻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그래도 불면의 밤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나는 그나마 씻겨 내려가던 안 좋은 생각들을 다시 집어 들고는 우울의 밤에 빠지고 만다.
나 자신을 안아주는 게 쉽지가 않다. 반반한 얼굴을 들고 있는 세상과 삶 가운데에서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있는 것 역시 쉽지가 않다. 나이가 마흔이 다 되어 가는데도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원하는 대로 무언가가 되더라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이 모든 굴레에서 몇 년 아니 몇 십 년을 보내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떳떳하게 하늘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어느 푸른 감정에도 열정 같은 게 있겠지 싶어 스스로에게 실망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늘 그렇듯, 나는 순간을 사는 삶을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놓치기 싫어서 마음의 눈을 감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노력들이 참으로 쓸데없었을 수도 있다. 오히려 나에겐 독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을 계속하려 한다. 순간을 잡듯 시간을 살자, 그렇게 살자, 다짐하고 다짐한다.
나를 안아주는 게 쉽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나에겐 너무나도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