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몌짱이 Oct 09. 2024

결혼, 기념일

10월 10일의 결혼기념일은 숫자 만큼이나 단조로우면서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베란다를 통해 안으로 스며드는 선선한 바람처럼 반가운 날이다. 시간은 많은 것을 허락해 주었지만 그 시간을 잘 썼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4년이 흘러버렸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버려졌을지도 모를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결혼기념일 전날, 외식을 하기로 했다. 7시 반에 맞추어 처음 가는 식당에 예약을 해 두었다. 맛있는 것 먹고 힘 내야지, 힘내서 또한번 이 삶을 살아가야지,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나 혼자만의 일은 아니기에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지금껏 다짐한 일들은 대부분 다 잘 되었다. 그러니 조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사랑, 이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던 20대가 가고 서른 일곱 살인 채로 2024년을 보내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삶의 이곳저곳에 스며 있는 나의 존재가 애틋하기도 하다. 게다가 남편이 입고 있는 삶에도 내가 여기저기 묻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이런 것들이 꽤 아름다우면서도 무겁게 느껴졌다. 무거움을 동경하던 내가, 지금은 무거움의 무게를 잴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다시 한번,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 것이라 이 만남과 약속에 애정을 표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 다른 겨울이 오면 얘기할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