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살 수 없다는 걸 압니다,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 넘쳐나는 것이 시간이지만 부족하여 더욱 소중한 것도 시간입니다. 누군가는 시간을 벌기 위해 지금도 애쓰고 있습니다. 혹은 가지고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눈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을 살 수는 없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없습니다.
저는 그리 부지런하지 못합니다. 계획을 잘 세워서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 중 한 명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낸 것은 아닙니다. 저는 시간, 그리고 순간을 너무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매 순간에는 나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굳이 규칙이나 계획을 세워가며 그 순간들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저는 순간마다 사랑하고, 만나고, 울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거나 마시고 오늘의 잠을 청했습니다. 매 순간에 충실하고 이별의 순간이 오면 마음을 비우고 떠나보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정해진 무언가가 없이도 가능했습니다.
가끔은 생각합니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했더라면, 내가 좀 더 나의 시간을 잘 만들어 두었더라면 어떻게 변했을지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현재에 충실한 삶이 아닌 미래를 계획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제 자신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루고자 하는 것을 더 많이 이루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바로 지금,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며 사는 나로서는 현재의 제 모습이 가장 좋아 보입니다. 이렇게 살아도 나, 저렇게 살아도 지금의 내가 가장 좋아서 다행입니다.
요즘은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 있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잘 안 합니다. 저조차도 알 수 없는 나의 시간에 대해서 애써 생각하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그 시간이 진정으로 나의 시간이라면 내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행여 그것이 좋지 않은 일이라면 저는 그것을 굳이 미리 알고 싶지 않습니다. 미리 걱정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것이 왠지 칭찬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저는 이 시간들을 고이 둘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다가오는 시간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합니다.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순간들이 겹치고 또 겹쳐서 제 앞이 켜켜이 쌓여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간들을 맞이하고 간직할 좋은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저의 마음가짐이자 목표입니다.
그러고 보니 곧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옵니다. 누군가는 시간을 아주 잘 보냈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마저 후회로 보내고 있겠지요. 각각의 생각들이 자꾸 자라나다 보면 서로가 갖게 되는 시간의 의미는 더욱더 달라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왕이면 첫 번째 사람처럼 생각하려 합니다. 그리하여 나의 시간이 조금 더 긍정적인 의미로써 앞으로도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또 생각합니다. 매 순간 걷고 있는 우리의 지금을 응원한다고요. 말하지 않아도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