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아주 잘못되었어
글을 쓸 때면 왠지 모르게 감성 소녀(?)가 되곤 한다. 이런 여리여리한 느낌의 단어는 둥글둥글한 나의 외모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만은 그러하다. 처음에는 이러한 감성을 살려 어떤 분위기의 글이든 다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깨달았다. 감성글은 완전히 사치였다는 것을. 주어진 기사 하나 쓰기도 벅찬 글솜씨로 감성을 담아 글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기자 생활을 접고 글쓰기와 전혀 무관한 일을 해 오면서도 결국 내 안의 감성을 담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사실 나는 글에 감정이나 감성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 꾸준히 내 글을 읽으시는 엄마가 '넌 왜 그리 글을 어렵게 쓰냐'며 핀잔을 주는 것만 봐도 내 글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쓰는 글처럼 감정을 살짝 뺀 담백한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일단 글을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이렇다 할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내 글을 읽어 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책상 앞에 앉아 말 그대로 '멍 때리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이런 것을 고민할 기회가 잘 없었고 딱히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굉장히 부끄럽게 했다. 그래도 고민하다 보니 스스로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나오긴 했다.
만약에 진짜 제대로 된 감성글을 쓰려면 나 자신이 특정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만약 글의 소재가 아예 대 놓고 슬픔이라고 하더라도 나 자신이 너무 슬퍼져서는 안 된다. 만약 '누구도 달래지 못할 만큼 극한 슬픔에 잠겨서 깨어나지 못할 정도가 된 채로' 글을 쓰면 그 글은 너덜너덜해져서 읽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혹 읽을 수 있다 하더라도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굉장히 난감하다. 위로를 받으려 글을 읽다가 되려 글쓴이를 위로해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게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한마디로 '중심이 없는' 글을 써 왔다. 오로지 나 자신의 감정만을 위한 글을 써 왔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표현하고 그 감정을 정리할 목적으로 글을 썼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비로소 독자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그건 왠지 좋은 글은 아닌 것 같다.
비슷한 관점에서, 글을 쓸 때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질 못했던 것 같다. 어떠한 감정을 글에 담아내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만 집중하느라 읽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충실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나의 글은 별다른 방향이 없이 갈 곳 잃은 글이 되어버렸다. 물론 어느 누구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했다.
탈도 많고 흠도 많고 실력은 없지만,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 새해를 맞이하여 멍 때림과 동시에 나의 글쓰기, 나의 감성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욕심 내어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감성은 뭔가 잘못되었다. 감성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글에 표현된 나의 감성은 좀 그렇다. 언젠가는 나의 감성이 다른 사람에게도 울림으로 전해지는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렇게 반성하고, 고치고, 나아가고, 변화할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