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를 찍지 않아도 되었다

by 몌짱이



모조리 다 궁금해하고, 모조리 다 의심스럽다


그저 호기심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때론 호기심 대신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런 성격은 나 자신에게는 별 피해가 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을 지치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궁금한 것, 의심 가는 것은 해답을 찾아야 직성이 풀리고 결국 같이 있는 사람은 그 상황을 납득하지 않는 이상 피곤해하기 마련이다. 사람에게도 그렇다.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나를 좋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왠지 마음이 의심스러운 생각들이 소용돌이칠 때가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바람이 꽃잎을 흩날리게 하듯 나도 여기저기 마음이 흩어지게 된 것뿐이다. 내 안의 의구심은 절로 자라난 것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주변에 사람 역시 많았다.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색깔로 나를 압도하려 드는 새까만 물감 같았다. 어느 순간 좋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해 눈을 의심했다. 물론 나 역시도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대할 때 마냥 순수하게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없게 되었다. 순수하지 못한 마음은 밀린 숙제와도 같았다. 사람을 대하기 싫은 마음이 굴뚝같던 시점이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매사에 사람을 의심하게 되었냐고? 전적으로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마음'이란 것이 존재하고 마음은 나서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나는 내 마음속으로부터 누군가를 의심하게 되면 그것을 애써 부정하지는 않았다. 직감적으로, 내가 나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쁜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이렇게 생각해 왔던 나 자신이 슬프다. 마음의 온도를 잴 수 없는 무감각한 손을 가진 나 자신이 오히려 더 나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평범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극히 평범한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사소하지는 않다. 누군가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목숨을 잃기도 하고,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 치료를 받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아니라도,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것은 사람이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가장 아파하는지 상처를 주는 스스로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 간의 상처는 흉터도 크다.




내게 있어서 흉터란, 한 사람으로 인해 기쁜 마음이 생기더라도 그 기쁨이 얼마 가지 못할 거라는 그 생각 자체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애정을 쏟고, 그 결과로 내가 행복을 느낀다 하더라도 그 행복이 얼마 못 갈 거라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부정적인 생각은 더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낳았다. 문제는, 그 부정적인 마음들이 내 안에만 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호의적인 마음과 표현을 삐딱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마음을 왜곡하며 의심하는 과정은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고통이었다. 결국,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남겼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서 있는 장소가 여러 번 바뀌는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곁에 오래 남는 사람들도 생겼다. 요즘의 나는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고, 나도 그 말의 덕을 본 사람 중에 하나가 되었다. 사실 시간 덕분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진짜 '좋은' 사람들은 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고도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서로 사랑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처받지 않는 것이 목표였던 나는 사람 간에 더 이상 물음표를 두지 않는다. 물론 상처받을 일이 또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무조건 행복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란 어리석은 확신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따금씩 생각한다. 유난히 상처받았던 과거의 어느 날들에는 나도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일방적으로 상처를 받았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나 역시도 상처를 주고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고선 상대방만 죽어라 미워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러한 생각들은 내게서 미움을 가져가고 용서와 이해를 불러다 준다. 그리고 또 하나씩 우리 앞에 쌓인 필요 없는 물음표를 지워준다. 지금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실 이 모든 물음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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