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삶을 삽니다

by 몌짱이



그런 날이 종종 있습니다, '무언가를 쓰지 못해서 안달 나는 날' 같은 거 말입니다. 그런 날은 마음속의 생각들도 활자의 모양을 하고 머릿속을 빙그르르 돌아다닙니다. 금방이라도 종이에 옮겨 적어 주지 않으면 나에게 화가 돌아올 것 같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런 일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열병 같은 겁니다. 저는 그 열병의 기운이 완전히 싫지만은 않습니다. 왠지 모르게 머리와 가슴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이 저로 하여금 자꾸 더 생각하고 자꾸 더 쓰게 합니다.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은 싫지만, 그것이 글쓰기라면 싫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우리 모두가 조금씩 자신만의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삶은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므로'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물론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만의 작가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장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슨 생각이든 조금씩 끄적이는 것입니다. 종이가 되었든 모니터의 빈 화면이 되었든 상관없이 무엇이든 적어 보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문장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저는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생각입니다. 물론 다른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긴 하지만, 쓰는 삶을 아예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글을 잘 쓰고 잘 못 쓰고는 상관없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글을 쓸 생각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을 때, 그리고 하필 그 생각들이 다 쓸모없는 생각들일 때, 바로 그 순간에 더 열심히 글을 쓸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이미 소중함으로부터 멀어진 아무 짝에도 소용없던 가치들이 글 속에서 세상 무엇보다도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겁니다.








가끔씩은 이런 바람들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모든 일들에는 저마다의 슬럼프가 있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도 그런 일이 생기나 봅니다. 그럴 때면 저는 쓰는 것을 멈추고 읽기에 몰두했습니다. 작년에도 200권 가까이 짧고 긴 책들을 읽었습니다. 읽고 또 읽으면서, 생각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을 잠시 멈추고 타인의 이야기와 타인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글로써 만날 수 있는 많은 사람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저에게 또 다른 행복이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1월 즈음부터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잘 쓴 글'을 쓰는 것에는 번번이 실패했지만 그래도 저의 열병을 낫게 하기에, 그리고 문장의 삶을 살아 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날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글을 쓰는 것이 많이 어렵습니다. 지나치게 쉽게 쓴 글은 제 자신에게조차 와닿지 않았습니다. 물론 창작의 고통 속에서 쓰인 글도 그리 좋은 글은 아닌 것 같긴 합니다만, 저는 적어도 나지막한 마음을 가지고 쓴 글이 가장 아름다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겸허한 자세로 마음을 비우되 정성을 다해 쓴 글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마음을 비우는 데에는 반쯤 성공했습니다만 아직도 제가 원하는 만큼 환하게 빛나는 글을 써본 적은 없습니다. 새해에 빌 수 있는 소원이 조금 더 남아 있다면, 저는 올 해에는 꼭 그런 글을 쓸 수 있기를 빌어 볼까 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들이 결코 저만의 이야기로 느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글쓰기를 예찬하기엔 너무도 자격 없는 사람이지만 한 번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습니다. 나와, 당신과, 우리가 글을 쓰는 일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매일 느끼고 있는 하루들입니다. 좋은 글들과 멋진 이야기들을 통해 나날이 풍요로워지는 삶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는 어느 새벽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물음표를 찍지 않아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