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우수수 쏟아지는 계절의 중간에 서서 행복함과 불행함의 햇살을 동시에 쬐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 그것이 착각이 아닐까 걱정하곤 한다. 그런 습관이 나를 오히려 불행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쉽게 나쁜 습관을 고칠 수가 없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의 현실에 점수를 매길 때가 있다. 오늘의 행복과 오늘의 불행이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측정됐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정말 그럴 수 있게 된다면 저울은 불행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상념이라고 느껴질 때, 그래서 사실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음을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삶이 나로 하여금 가치 있는 것들과 가치 없는 것들을 결정하라고 조를 때 이 생각들을 가차 없이 버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한다. 그래, 이 모든 것들을 쓸모없는 생각들이야, 나에겐 더 가치 있는 일들이 있어,라고 안도할 수 있는 삶은 결국 꿈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하지만 꿈처럼 터무니없는 현실도 사실은 나의 것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몽상가를 부러워할 때, 내가 오후의 나른함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아니면 너무 비현실적일 정도로 신이 나서 이 모든 게 꿈같다고 생각될 때, 그 상황 속의 나 역시 오롯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었다. 아무리 꿈같아도, 그건 엄연히 나의 현실이고, 나는 때로는 그것을 붙잡아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또 생각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고 남긴다. 살아 있음의 느낌과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의 흔적은 남기고 또 남긴다 해도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