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요한 것들에 대고, 바라고 바란다. 아무런 대답이 없기에 오히려 그를 믿는다. 기도처럼 간절한 그 바람은 서서히 잠들고 나서야 이루어진다. 혹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원망을 할 수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오늘도 침묵의 편이다.
마음속이 공허해지는 날이면 주변의 모든 소리를 삭제하고 침대에 파묻혀 있고 싶어 진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 고요함이 연주하는 노래를 듣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크고 작은 소리들이 소음 같이 느껴질 만큼, 침묵의 소리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절절하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를 괴롭히던 공허함은 사라지고, 나를 괴롭히던 소음들도 다시 일상의 소리가 된다.
언제나 그 고요함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다. 침묵은 때로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그 침묵 사이에 어떠한 상황이 놓이든 아니면 무조건적이든 간에 그 침묵을 부수어 버리고 싶은 날들이 많았다. 조용하고 잔잔한 감정의 무리에 돌을 던지고 싶은 날이면, 나는 애써 소리를 만들어내었다. 지글거리는 태양에도, 섬세한 빛을 가진 달에게도 의미 없는 소리를 갖다 붙였다. 그래도 역시나 마음이 진정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 모든 고요함을, 침묵을, 찰나의 조용한 순간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대신, 아무것도 아닌 것들부터 내려놓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고요함을 어둠으로 여기지 않고, 나를 비추는 또 다른 빛이라 생각했다. 어려운 것들을 쉽게 풀려하지 않았고 아픈 상처를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침묵은 침묵일 때 그저 좋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고요함이 무언의 악보를 연주할 때, 나는 그냥 그걸 들어주면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