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그러니까 '나'라는 한 사람의 역사로 치면 아주 먼 옛날이 될지도 모를 과거의 어떤 시점에도 나는 참 매사에 서투른 사람이었습니다. 단지 어려서 그랬을까요, 하지만 단순히 그렇다고 하기엔 좀 애매합니다. 어리고 여린 시절에도 무언가에 능숙할 수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정말이지 많은 것들을 낯설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은 당연하고, 늘 해 오던 일들에도 가끔씩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매일 드나들던 피아노 학원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기엔 문이 너무 무겁다고 느껴졌고, 친구들과 헤어지고 엄마에게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운동장이 한없이 넓고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어릴 때에는 이러한 두려움들의 대상이 나의 밖에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이 모든 두려움과 낯섦은 내 안의 것들로부터 비롯될 때도 많았습니다.
나 자신의 생각들이 나를 죽이는 일이 잦아지고,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들까지 나를 괴롭힐 무렵, 나는 내가 인생을 굉장히 서투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문득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자신을 괴롭히고, 남에게까지 상처를 받는 것 모두가 아주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내심 억울했습니다.
다행히도 나는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의 많은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그 생각의 끝에서 정말이지 도움이 필요할 때는 타인의 생각을 빌려오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처럼 서투른 사람들을 마주하기도 했고, 나보다는 조금 더 용감한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길을 걷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사랑과 상처가 공존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어떠한 생각과 어떠한 대화로도 막을 수 없는 어느 정도의 기쁨과 어느 정도의 슬픔은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요.
아직도, 여전히, 그 대화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끊기게 하지 않으려 여전히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깨달았거든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서투르게, 늘 모든 것에 초보처럼 살아가는 탓에, 다른 누군가가 그로 인해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나의 아픔과 나의 상처만을 억울해하던 와중에, 정작 내가 다른 사람을 지치게 할 수도 있다는 정말이지 단순한 사실을 너무도 늦게 알았습니다.
아직도 많이 어지럽습니다. 삶 속에서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서른다섯 해를 너무나도 미숙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나를 보호하느라 애썼던, 나를 지켜오느라 힘을 내야 했던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서투른 탓에 상처받는 것이 나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번 더 생각했습니다. 이젠 진짜 어른이 되겠다고, 조금이라도 더 나 자신과 우리 모두의 삶과 그 너머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좀 더 잘 알아야 되겠다고요.
문득, 잃어버린 나의 조각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여기저기서 절뚝거리느라 많은 것을 떨어트리고 놓쳤습니다. 내가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면 언젠가는 그 모든 조각들을 다시 찾아야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