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모나지 않은 시간을 끌어 모아 마음을 돌려내는 중입니다, 행복도 슬픔도 함께요.
빙글빙글, 햄스터가 쳇바퀴를 굴린다. 쳇바퀴는 햄스터 자신만의 작은 세계에 있는 유일하게 둥글둥글한 친구다. 마음을 먹으면 움직일 수 있고 반대로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햄스터가 쳇바퀴를 굴리는 것을 갇혀진 세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햄스터와 함께 살면서 지켜보면 햄스터는 쳇바퀴 굴리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정해진 시간에 일정을 지켜내듯이 쳇바퀴를 굴리는 것을 보면 여느 사람보다도 부지런하기도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쳇바퀴를 없애 버리면 햄스터는 그것을 알아채고 슬퍼할까?'.
누구나가 마음 속에 자신만의 쳇바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무언가 열중하고 애착을 가지는 것이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그것은 인생의 중요한 과업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반복적인 삶도 쳇바퀴 같기는 하다. 그 반복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 속의 쳇바퀴는 우리가 집중하여 사랑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인생의 쳇바퀴를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돌려 보면 아까 한 질문의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도심 속의 민들레마냥 마음 속에 굳건하게 남아 있던 쳇바퀴를 잃어 버린다면, 조금은 슬플 것 같기도 하다.
언론사 인턴 시절, 취재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아침부터 밤까지 기사를 썼다. 특히 보도자료라도 쓰는 날에는 정말이지 쳇바퀴를 돌리듯 글을 썼다. 그런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얼른 퇴사해라' 라던가 '나라면 안 하겠다' 정도의 다소 도발적인 말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의 나에게는 그런 말들이 자극적으로 들리기보다는, 나의 쳇바퀴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질투(?)로 받아들여졌다. 아마도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애착이 있으면 그 일상으로부터 얻는 긍정적인 의미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쳇바퀴를 잘 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쳇바퀴가 얼마나 높은지, 무슨 색깔인지, 돌리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꽤 마음에 드네!'라는 생각이 들면 반은 성공이다. 한편, 모든 일들은 마음에 달렸고 모든 문제는 마음의 문제라고 한다. 나의 쳇바퀴가 나의 공간을 그저 차지하기만 하는 짐 같은 존재라면 우리는 일상에서 지루함과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발을 조금씩 굴리며 걸음을 걷는 순간에 익숙해진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선은 꽤나 긍정적이고 호기심 가득하지 않을까.
눈을 감고 나만의 쳇바퀴에 집중해본다. 돌고 돌았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너무 단순해 보여서 조금은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내 쳇바퀴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 돌릴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기로 한다.
당신의 한 걸음을 응원하며 당신의 쳇바퀴를 지지합니다 -
* 사진 속 햄스터는 큰 깨달음(?)을 준 저의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