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 않아도 괜찮아
멀리 보이는 도로 위로 차들이 제법 지나다닌다. 나 역시 새벽 내내 차를 운전하듯 온갖 신경을 썼다. 드문드문 시계를 보며 오늘 새벽만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했다. 적어도 다섯 시가 되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도 불면이다. 불면의 새벽을 지나 꾸역꾸역 미완의 아침까지 왔다.
밤 사이 아주 잠깐 잠들어서 꿈을 꿨던 게 기억난다. 학교 다니던 시절이 배경이었다. 글짓기를 하는데 내가 십오 분만 더 달라고 선생님에게 부탁하는 꿈이었다. 그 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친구가 입을 삐죽대는 꿈이기도 했다. 왜 뜬금없이 그런 꿈을 꿨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어나자마자 진짜 글짓기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잠이 오지 않는 건 물론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잠이 오지 않아서 좋을 때도 있다.
우선, 애초에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열한 시쯤 누워서 다음날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야지'라고 계획했다면, 잠을 자지 않은 만큼 그 즈음의 시간을 얻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물론 잠은 충분히 자야 좋고, 잠을 자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이왕 못 자는 거라면, 누워서 불면을 고스란히 느끼는 것보다는 그 시간이 새로 주어진 시간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나선 무언가를 하는 거다. 물론 다시 잠들 생각이라면 폰을 보는 등 빛을 쬐는 일은 안 하는 게 좋겠지만 아예 일어날 거라면 무엇을 해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 이른 모닝커피를 마시고 노트북을 켜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이 나는 좋다.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지지만 이토록 평온한 시간은 지금 뿐이다.
한편으론 시간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느 하루가 그날의 결을 다 나에게 보여주는 기분이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새벽과 아침, 오후와 밤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특히 새벽을 지나 아침이 오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에게 묘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태양이 빛을 내기 시작하고 구름이 걷히는 모습은 육안으로 우주의 경이를 관찰하는 기분이다. 물론 이 장면과 하루의 단잠을 바꾸자고 하면 조금은 망설이긴 하겠지만 어쨌거나 잠들지 못하고 일어나 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좋다.
불면 - 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매일 밤을 못 자는 것은 아니기에 잠들 수 있음의 행복을 안다. 하지만 잠들지 못하는 밤을 불평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순간 잠 자기가 불편해졌지만, 한편으로는 밤이 가고 아침이 오는 모습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 날이 온다는 것, 그 고마운 시간이 내게 오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이 바로 나의 불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새벽과 아침을 불평 없이 기록한다. 잠들지 못하는 시간도 나의 예쁘고 소중한 시간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