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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영 May 15. 2017

커다란 우주에서

키가 좀 큰 것 같네, 나는 생각했다.

어머, 너 키 큰 것 같다, 내 옆에 친구가 말했다.

그렇지 않니, 친구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순간 네가 나를 똑바로 보았다.

그런가,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도 내 머리카락 끝이 비쭉 솟아 널 향하고 있었다.

네가 날 보길래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너는 내 친구를 쳐다보며 그 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냐, 착각이 아닐거야, 날 보고 있었잖아.


있잖아, 우주에서, 이렇게 커다란 우주에서, 우린 얼마나 작은 점일까,

넌 대답이 없다.

공기도 뭣도 없는 그 곳에서,

별들만 눈을 깜빡거리고 침묵마저 입을 다문 그 곳에서,

너는 나를 또 그렇게 똑바로 본다.

내가 다시 고개를 돌리니

너는 장난스레 나를 떠밀었다.

나는 너를 붙들지 못하고 떠내려 간다.

나를 끌어당기는 힘도 없고, 방해하는 힘도 없고,

나는 그냥 자연스레 스르르 떠밀려간다.

별들마저 눈을 감았는데 너만이 나를 본다.

작아져가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나는 허망하게 너의 눈을 본다.


에휴, 취한다, 집에 가야지,

어쩌다 우리는 같이 일어났다.

너는 비틀대는 나의 발걸음을 붙들어놓았다.

야, 우주에 별은 몇 개일가, 이렇게 내 눈에 보이는 건 없는데,

너는 나를 바라보며, 달이 떴잖아.

치, 넌 정말 나쁜 놈이야, 나를 더 확 떠밀었어야지, 네 눈을 볼 새도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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