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물 달라는 게 왜 이리 어려울까요?

스타벅스 아이스 컵 챌린지

by 소로

누군가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 나에게는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스타벅스에서 얼음물 한 잔 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그렇다.

난 '아이스 버킷 챌린지' 보다 '아이스 컵 챌린지'가 더 힘들다.


보통 아침 일찍 스타벅스에 가게 되면 따뜻한 오늘의 커피를 주문한다.
아침에는 물이 많이 당기는데,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시원한 얼음물이 더 간절해진다.


그래서 얼음물을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 말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컵에 얼음과 물을 담아 달라고 하는 것이,
추가 일이 시키는 것 같아서다.


매번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그렇다.


하루는 용기를 내어 부탁을 했다.

"죄송한데, 얼음물 좀 마실 수 있을까요?"

스타벅스 S님은 표정을 굳히고 1-2초 정도 나를 째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컵에 얼음물 담아 리턴바에 툭 내려놓고,
나를 보지도 않은 채,
다음 손님의 닉네임을 불렀다.


그분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왜 바쁜데 번거로운 거 시켜!'

이런 눈빛이었다.


보통은

"더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나
"맛있게 드세요."라든지

최소한

"여깄습니다."

라고는 하는데,

그날은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내 자리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런 작은 일로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자신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마음의 안녕을 위해 여러 가지를 해왔고,
이제 튼튼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사소한 일로 기분이 나빠져도 되나 싶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렇지도 않고 싶지만 심란했다.


그 일이 있고는 얼음물을 요구하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어쩌면 그 직원이 바란 것이 이런 것일까?
다음부터는 귀찮은 거 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
만약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이다.
더욱더 망설여졌으니까.


그러나 당시는 한참 도전이라는 말에 빠져 있던 때라,
나를 실험할 기회로 여겨졌다.

'그래, 이럴 때 더더욱 해봐야 한다'
'안전지대로 도망가지 말자.'

얼음물하나 달라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내게는 참 어려웠고 힘들었다.
그날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큰 스트레스였다.


오해하지 않을 것은 스타벅스 직원분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

마지막이었다.


같은 지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음료를 주셨던 A님은 첫 만남부터 달랐다.
얼음물을 요청하자.
너무나 밝고 친절한 목소리로 얼음물을 주셨다.
마치 얼음물을 요청해 주셔서 너무 고맙다는 듯이.


심지어 다음에 갔는 때는,
요청하기도 전에 얼음컵을 미리 준비해 주셨다.
내가 얼음컵을 가리키며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고,
그분은 역시나 밝은 웃음과 인사로 화답해 주셨다.


한 사람의 밝음 웃음과 친절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그때 느꼈다.
그날 아침에 내게 깔려 있던 약간의 우울은
밝은 햇빛에 사라지는 안개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음료를 가지고 내 자리로 왔는데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또 다른 용기를 내보고 싶었다.
내 닉네임을 기억하고 얼음물을 미리 준비해 주셨는데,
나는 그분의 닉네임을 몰랐던 것이다.
마침 티슈가 필요해서 1층으로 내려갔다.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용기를 내었다

"혹시 닉네임이 어떻게 되실까요?"
"OOO, 입니다."
"항상 밝음 미소로 인사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고 떨려서일까.

그분이 뭐라고 대답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근에 다른 지점에 갔을 때도,
A님처럼 내 닉네임을 기억해 얼음물을 미리 준비해 주신 분이 계셨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한껏 웃고 있음을 눈으로 보여주신 분이셨다.
미안하게도 아직 그분의 닉네임은 모른다.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한 음료를 가지러 갈 때 확인하려고 했지만,
다른 분이 음료를 주셨다.


다음에 가면 꼭 확인하고 기억하려 한다.
나를 기억해 주셨으니 나도 기억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도 얼음컵을 요청하는 게 아주 편하지는 않다.
다행인 것은 내가 가는 시간은 한가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것 또한 나를 위한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용기 내기가 수월하다.


나를 째려보았던 S님을 통해 배운 점도 있다.
얼음물을 요청할 때 미안하더라도 당당하게 요청해야겠다는 것이다.

죄송한 마음을 한껏 담아 죄인처럼 요청을 해서 그런 대우를 받은 것 같기도 해서다.
약해 보이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당당하게,
그러나 친절하게 요청하자.
고맙다는 말은 꼭 하고.


돌아보면 그때 그렇게 기분이 나빴던 것이
스타벅스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또 다짐한 것은
사람들에게 친절하되, 친절을 기대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S님이 째려보기는 했어도 얼음물을 줬으니,

그것만도 고마운 일 아닌가?


이런 정도의 일에는 초연하고 싶고,
이런 상황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고 싶지만,
아직은 그것이 어렵다.


지금까지 친절히 얼음물을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
그리고 앞으로 주실 분들에게 미리,

고맙습니다!



제주도에서 만난, 가장 기억에 남는 또 한분

첫째를 데리고 세 식구가 제주도엘 갔다.
하루는 아내와 아이가 자고 있는 아침에 혼자서 스타벅스엘 갔다.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고 내 닉네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면서 보니 얼음컵이 준비되어 있었다.
요청한 적은 없었다.
리턴 바에서 나를 기다리던 남자 직원분이 내게 말했다.

"오늘 내린 오늘의 커피는 케냐 품종인데요.
이게 아이스로 먹으면 참 맛있어요.
따뜻하게 드시다가 아이스로도 드셔보세요."

내 평생 가장 기억에 남는 응대였다.
닉네임을 기억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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