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겨울에서 봄이 되는 시간,
썰렁한 듯하면서도 따뜻한 바람이 분다.
이맘때만 맡을 수 있는 계절이 바뀌는 냄새가 좋다.
“이번 휴가 때, 나랑 우리 집에 갈래?”
그간 휴가 때마다 나를 만나느라
부모님 집에 가지 못한 너의 사정을 알고는 있었지만,
친한 친구커플과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난관이다.
내향적인 성격에 어른울렁증까지 갖춘 나는
가는 내내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해가 지는 어스름한 저녁 무렵,
네가 태어난 곳,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에 도착했다
작은 골목 끝, 마당이 있는 이층 집이었다.
“이제야 도착했네? 차 많이 막혔어?”
너와 많이 닮은 모습에 풍채가 좋으신 어머니가
‘띵동‘ 하는 초인종 소리에 버선발로 나오신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여름이 친구라고? 잘 왔다.”
나를 반겨주시는 어머니는
풍채만큼 성격도 호탕해 보이신다.
마당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낮은 돌계단을 올라
집 안으로 들어가니,
아버지와 누나가 거실에서 우리를 반긴다.
진한 나무색이 인상적인 거실 바닥과 천장.
거실과 이어진 주방에선
우리를 위한 대게가 끓고 있다.
제철 맞은 대게찜.
요리 솜씨가 좋으신 어머니의 특별메뉴다.
들통 가득 담긴 대게를 접시에 담아
거실 테이블에 냉큼 올려두시며,
“배고프지? 어려워하지 말고 많이 먹어라.”
내 앞으로 접시를 밀어주신다.
어떤 선입견도 느껴지지 않는 선한 눈빛의 어머니.
유쾌하고 밝은 기운에 살짝 마음이 놓인다.
아버지와 누나도 거실테이블에 합류해
우리와 마주 앉았고,
아버지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름이를 어떻게 만났다고?”로 시작된 질문은
우리 집의 호구조사로 이어진다.
울렁증이야 어찌 됐던 최대한 상냥하게
아버지의 질문에 대꾸했지만,
나의 불편함을 눈치채신 어머니가
눈을 살짝 흘기시며 대화를 끊어주신다.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다르게
진지한 눈빛을 가진 분이다.
어찌 보면 살짝 차가운듯한 눈빛을 가지셨다.
너는 묘하게 두 분을 적당히 섞어 놓은 느낌이다.
두 손 가득 대게를 들고 야무지게 먹던 누나가
앞에 산더미처럼 놓인 대게를
한 입도 먹지 않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불편해서 못 먹는 거야? “
누나가 나를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며 묻는다.
“아까부터 속이 불편해서요.”
“멀미했나? 이 맛있는 걸 못 먹다니. “
손가락까지 쪽쪽 빨며 대게 살을 발라먹는
누나를 보던 네가 한마디 한다.
“그러다 또 돼지 된다.”
“걱정 마셔!”
내게는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너임에도
두 살 터울의 누나와는 역시 현실남매인 듯하다.
나도 두 살 터울의 오빠가 있어
남매의 본질은 익히 알고 있는 터다.
산더미 대게가 점점 껍질만 쌓여갈 때쯤
어머니가 김가루와 참기름을 가져오신다.
“오! 게딱지 비빔밥! “
너의 신난 목소리가 들린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울렁거리던 속이
배고픔으로 바뀐다.
“나도 먹을래!”
나도 숟가락을 받아 들고
게딱지에 밥과 김, 참기름이 비벼지는
광경을 지켜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한 입 먹어본 게딱지비빔밥은 저세상 맛이었다.
나는 게딱지를 세 개나 먹어치웠다.
울렁거리던 속이 편안해진다.
모두 붙어 앉아 마지막 남은 게딱지까지
싹싹 다 긁어먹고 나니,
너의 어머니와 아버지, 누나가
원래 내 가족인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나는 미래의 누군가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너의 소중한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사람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