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 네 생일

아버지의 자동차

by 이상한별

겨울의 끝자락.

4일 차이로 태어난 동갑내기 커플이 된 우리.

“그래도 누나는 나야!”

“어 근데 나보다 며칠 밥은 더 먹었는데,

키는 왜이리 안컸대?“

머리를 쓰다듬으며 날 내려다본다.

키도 작고, 손가락도 짧은 나는

길쭉길쭉한 너의 손가락마저도 좋다.


며칠 후 다가 올 너와 나의 생일.

너는 한 달에 한 번뿐인 휴가를 너의 생일이 아닌

내 생일에 맞추어 나왔다.

아버지에게 빌린 자주색 자동차를 타고.

“운전 잘해?”

“못하진 않아. “

운전실력을 의심하는 내게

확신이 아닌 안심을 주는 너의 말투.

나는 허세 없는 너의 그 말투도 좋았다.

“어디 가지?”

“바다 보러 갈래?”

“갑자기?”

“응. 강릉 가자. “

“와! 좋아! 나 강릉에 한 번도 못 가봤는데!”

그렇게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너와 함께 떠난 바다여행.

강릉은 낯선 곳이었지만,

어스름한 저녁이 되어도 불안하지 않았다.

내 옆엔 든든한 네가 있었으니까.


우리가 함께 처음 보았던 바다.

휴게소에 들러 함께 먹었던 우동.

차창밖으로 보이던 빨간 등대.

운전하던 너의 옆모습.

내 손을 놓지 않던 너의 길고 가느다란 손.

코 끝이 시리던 차가운 겨울 공기.


오랫동안 꺼내보지 못한 기억인데

또 어제처럼 생생한 건 뭘까?

그때의 차가운 공기가 너무나 생생해서

이렇게나 마음이 시린 걸까?


2박 3일의 휴가였기에 이후에도 오랫동안

너의 생일은 휴가가 끝난 뒤였다.

2월 너의 생일이 되면,

나는 아직도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던

그때의 미안했던 감정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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