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

첫 휴가

by 이상한별

“며칠 후에 휴가인데,

친구커플이랑 같이 놀이동산 갈래? “

“친구?”

“응. 나랑 제일 친한 친구인데, 좋은 애들이야.”

사실 두 번째 만남에 친구커플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제일 친한 친구에게 소개할 만큼

내가 좋은 건가 하는 마음에 썩 나쁘진 않았다.


나는 몰랐다.

한 달에 한 번 2박 3일의 휴가 동안,

너는 부모님, 친구 그리고 나까지

모두 만나야 했다는 걸.


그리고 너는 몰랐다.

나는 첫사랑과 아직도 헤어지는 중이었다는 걸.

그런 이유로 너의 전화를 받지 못하는 날이 많았고,

너의 연락이 부담스러운 날도 있었다는 걸.


친구와 함께 놀이동산에 가기로 한 날.

“여름아, 안녕? 잘 있었어?

우리 오늘 몇 시에 보기로 했지? “

며칠 동안 연락두절이었던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네게 전화해 물었다.

“헉! 너 어떻게 된 거야?

연락이 안 돼서 놀이동산 취소하고

그냥 부모님 집에나 가려했어. “

“아냐. 나 약속은 꼭 지켜.

약속 못 지킬 것 같으면 미리 얘기했겠지. “


지금 생각하니 참 철없고 배려 없는 행동이다.

첫 만남 후 며칠을 연락두절인 상태였으면서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으니까.

원망 섞인 목소리였지만 짜증 한 번 내지 않던 너.

잠수 탄 소개팅녀 덕에 망쳐진 휴가계획.

너의 실망과 당황스러움이야 어찌 됐든

나는 너의 괜찮다는 한 마디가 따뜻했고

그제야 미안했다.


이후로도 나에게 넌 항상 그런 존재였다.

어떤 행동을 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는 너.

악의는 없지만 배려할 줄 모르는 행동들을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너.


그래서 네게 오랫동안 고마웠고,

너만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어땠을까?

나는 이제야 너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본다.

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해 ‘가 아닌

‘그래서 너를 사랑해 ‘였는지 모른다.

너에겐 자유롭지 못하다는

연인으로서의 핸디캡이 있었고,

그 핸디캡을 오히려 좋다고 말하는 사차원을

그래서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 노력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우린 계획대로

친구커플과 커플데이트를 했다.

그간의 나의 잠수 따위는 문제 되지 않았다.


서로에게 주인공이었던 하루.

어쩌면 그날은,

그 어떤 날보다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고

귀하게 여겼던 하루가 아니었을까..

이전 01화분홍색 장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