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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씨 Nov 26. 2017

비 오는 11월의 어느 날

조피아 보로시 첫 내한공연

유난히 수명이 줄어든 것 같은 금요일을 정신없이 보내고, 별 기대 없이 신청한 조피아 보로시Zsófia Boros 쇼케이스를 보러 풍월당으로 달려갔다. 음악 무식자 입장에서 ECM이 선택한 기타리스트라는 수식어는 솔직히 별로 와 닿지 않았다. 뭐 ECM이니 일단 대단하기는 하겠지 생각은 들었다.


2017.11.24 풍월당 쇼케이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대하는 명확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작년 유러피언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알게 된 볼프강 무스필Woflgang Muthspiel과의 인연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알고 지낸 지 15년이나 됐고, 동네도 근처라 가깝게 지낸다고. 보로시를 위해 7개의 기타 소품도 써주었다고 한다. 조금은 결이 다른, 재즈 기타리스트로 알려진 무스필의 기타 소품을 다음날 공연에서 들을 수 있다고 하니 당연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공간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기타 선율은 모두를 숨죽이게 만들었고, 넓은 공간에 울려 퍼지는 그의 연주가 더욱 궁금해졌다.


2017.11.25 조피아 보로시 첫 내한공연, 마포아트센터


클래식 기타리스트로서 인정받았고, 여성 연주자 특유의 섬세함을 보여줄 거라고만 생각한 건 편견이었다. 마냥 예쁘지만은 않다. 그래서 더 좋다.



재즈니 클래식이니 그게 다 뭔가, 그런 구분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싶게 한다. 주관이 뚜렷한 연주다.


한 음 한 음 정성스럽게 찍어내는, 부드럽지만 단단하고 올곧은 그의 음악은 어떤 장르라고 단정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조피아 보로시’ 그 자체다.


11월은 뭐 하나 제대로 보는 것 없이 팍팍하게 지나가나 했는데.. 공연 전반부를 놓친 게 한스럽지만 정말 가길 잘 했다.


En otra parte 다른 어딘가에서, 2013 (ECM Records)


오랜만에 비가 주룩주룩 오는 11월의 어느 날, 운 좋게도 그를 만났다. 표정을 보니 두 번째 내한공연을 곧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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