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피아 보로시 첫 내한공연
유난히 수명이 줄어든 것 같은 금요일을 정신없이 보내고, 별 기대 없이 신청한 조피아 보로시Zsófia Boros 쇼케이스를 보러 풍월당으로 달려갔다. 음악 무식자 입장에서 ECM이 선택한 기타리스트라는 수식어는 솔직히 별로 와 닿지 않았다. 뭐 ECM이니 일단 대단하기는 하겠지 생각은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대하는 명확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작년 유러피언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알게 된 볼프강 무스필Woflgang Muthspiel과의 인연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알고 지낸 지 15년이나 됐고, 동네도 근처라 가깝게 지낸다고. 보로시를 위해 7개의 기타 소품도 써주었다고 한다. 조금은 결이 다른, 재즈 기타리스트로 알려진 무스필의 기타 소품을 다음날 공연에서 들을 수 있다고 하니 당연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공간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기타 선율은 모두를 숨죽이게 만들었고, 넓은 공간에 울려 퍼지는 그의 연주가 더욱 궁금해졌다.
클래식 기타리스트로서 인정받았고, 여성 연주자 특유의 섬세함을 보여줄 거라고만 생각한 건 편견이었다. 마냥 예쁘지만은 않다. 그래서 더 좋다.
재즈니 클래식이니 그게 다 뭔가, 그런 구분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싶게 한다. 주관이 뚜렷한 연주다.
한 음 한 음 정성스럽게 찍어내는, 부드럽지만 단단하고 올곧은 그의 음악은 어떤 장르라고 단정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조피아 보로시’ 그 자체다.
11월은 뭐 하나 제대로 보는 것 없이 팍팍하게 지나가나 했는데.. 공연 전반부를 놓친 게 한스럽지만 정말 가길 잘 했다.
오랜만에 비가 주룩주룩 오는 11월의 어느 날, 운 좋게도 그를 만났다. 표정을 보니 두 번째 내한공연을 곧 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