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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씨 Jan 28. 2018

북유럽으로의 짧은 여행

에스펜 에릭센 트리오  <What Took You So Long>


에스펜 에릭센 트리오(Espen Eriksen Trio)는 재즈 피아니스트 에스펜 에릭센을 주축으로 2007년 결성된 노르웨이의 재즈 트리오다. 이들을 알게 된 건 지난해 가을 세 번째로 참석한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에서였다. 오래전부터 재즈를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엄청난 마니아도 아니고, 주로 대중 매체를 통해 음악을 접하는 입장에서 유럽의 재즈 음악을 발견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2012년 발매된 앨범 <What Took You So Long>의 커버는 노르웨이의 일렉트로닉 뮤지션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삽화가, 영화감독, 작가인 Kim Hiorthøy의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신비로운 바위와 노을 지는 하늘, 쓸쓸한 대지를 연상시키는 그림들 안에 아무것도 없는 노란색 CD가 들어있다. 심플한 것이 북유럽 그 자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오묘한 박수 소리로 시작하는 'On The Sea'라는 곡이다. 특유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서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트리오 연주가 이어지다, 다시 고요함을 되찾는 듯 마무리된다. 눈물 나게 아름답다는 것이 이런 걸까. 마치 오랫동안 간직해온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다,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깊은 슬픔에 잠기는 느낌이다. 이외에도 피곤한 도시의 일상을 잊게 만드는 감성적인 곡들이 가득하다.


아침과 관련된 음악을 생각하자니 제일 먼저 이들이 떠올랐다. 특별할 것 없는 아침 출근길 헤드폰 속 나만의 세상에 빠지다 보면, 미세먼지 가득한 빌딩 숲이 아니라 우거진 고목들 사이로 햇살이 눈 부신 북유럽의 어느 오래된 숲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 든다.


Espen Eriksen Trio 'On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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