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게으름뱅이의 굉장히 비효율적인 여행(이라기보다 배회..)의 기록
12.24 3:05 am
여행 짐 싸는 데는 지독히도 소질이 없어서 대충 생각나는 대로 때려 넣고 벌려놓은 채로 에라 모르겠다 잠이 들려는데 카톡, 정오를 조금 넘어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일곱 시간 지연이란다. 오예 더 놀다 자야지!
12.25 1:44 am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가는 길에 하루가 넘어가버렸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아파트에 셀프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웰컴 간식과 짤막한 카드가 반겨준다. 역시 과자는 진리!
12.25 10:26 am
예매한 지하철 패스를 찾으러 오사카우에혼마치 역으로 가는 길, 아무래도 허기가 져서 건너편 우동집에 들렀다. 일본은 자판기 식당이 많아서 참 편하다. 그렇다고 불친절한 것도 아니다.
빠르게 스캔 후 닭고기 소금우동 작은 사이즈 선택, 아침이라 가볍게 작은 사이즈로 시켰는데 정말 아담한 사이즈다. 출근길에 후루룩 마시고 가는 메뉴인 듯.
따로 주신 스프를 살짝 뿌리니 짭조름한 닭곰탕 맛이다. 밥 말아먹으면 딱이겠...
12.25 11:48 am
한인들이 많이 모여산다는 쓰루하시. 여길 왜 갔더라 -_-;
아마 여행 앱에서 추천한 곳일 거다. 비가 살짝 오다 그쳤다.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우리 동네 시장 뒷골목 같기도 한 익숙한 풍경. 그저 서울이 아닌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좋고, 아무 목적도 없고 할 일도 없다는 게 마냥 평화롭다. 그것이 여행 아니겠는가.
12.25 1:11 pm
긴테쓰 패스가 있으면 할인이 된다기에 무작정 하루카스300을 찾았다. 오사카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60층 높이 전망대.
생각해보니 63 빌딩 전망대도 가본 기억이 없다. 남산타워 회전 레스토랑에서 돈가스 먹은 적은 있는데.
12.25 2:59 pm
역시 할인이 되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기로 했다. 아무 계획이 없이 가다 보니 할인 관광지 목록의 노예가 돼버림 -_-; 어쨌든 고속버스터미널로 티켓 사러 가는 길. 가끔 명동이나 광화문에서 허구한 날 보는 고층 빌딩을 열심히 찍고 있는 외국인을 볼 때가 있다. 뭐 찍을 게 있나 싶었는데 내가 그러고 있더라는.. 일본어로 된 간판 말고는 서울 시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경험에 의의를 둠.
참, 마지막 코스까지 돌고 터미널로 돌아오는 길은 익스프레스 웨이라는 서울의 내부순환로 같은 고가도로를 이용하는데 퇴근 시간 무렵인데도 정말 빠르다. 반면 순환이 안 되는 내부순환로가 떠올랐다.
12.26 11:40 pm
산책하기 좋다는 카라호리 상점가에 가봤다. 뭔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걸로 아침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시장 입구에서 얼마 들어가지 않아 팬케이크를 파는 카페를 찾았다. 바 자리와 테이블 두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 친절한 주인, 적당한 사이즈의 팬케이크 두 장과 진한 커피. 맘에 드는 곳이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커피 전문점부터 편의점에서 파는 원두커피까지 대체로 굉장히 진한 편인 것 같다. 일본식 핸드드립 방식도 서구에서 많이 쓰는 푸어 오버 방식보다 진하고 묵직하게 내려지는 방법이라던데, 그런 영향도 있는 건가.
반전이 있다면 아직도 금연이 아닌 카페나 식당이 많다는 거. 희한하게 흡연에는 또 굉장히 관대한가 보다.
12.26 1:10 pm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그 유명한 도톤보리에 다다랐다. 가부키 배우들의 모습을 그린 가미가타 우키요에 박물관도 들렀다. 가부키도 일본 그림도 내 취향이 아니지만, 가부키라는 공연 예술이 가미가타 우키요에라는 미술 장르를 파생시켰다는 게 흥미롭기는 했다. 뭐 그런 사례야 많기는 하겠지만..
또 배가 고프다. 부들부들 바삭바삭한 규카츠(사진 없음)로 점심을 해결하고 뭔가 개화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에 들어갔다. 역시 커피가 진하다.
12.26 4:47
이제 또 어딜 가야 할지 고민하다 무작정 전철 탑승. 무료로 탈 수 있는 케이블카를 찾아 나라 근처에서 내렸다.
덜컹덜컹, 전망도 그저 그런 그냥 동네 교통수단. 산꼭대기에 있는 절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가 보다.
다시 하행선 케이블카를 기다리며 동네 구경을 잠깐 했다. 주말도 지나서 그런가, 사람도 없고 조용한 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정말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예쁜 길이었다. 아늑해 보이던 카페는 아쉽게도 영업을 안 하는 날이었다.
12.27 5:30 pm
집에 옴. 끝. (갑자기 -_-;)
제목이 여행기가 아니라 사진 모음인 이유가 있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