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00달러

by 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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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하거라, 외숙모한테는 비밀이다."

홍콩으로 떠나기 전날 밤, 사진을 드려야 했기 때문에 사진작업에 열중을 하고 있던 중, 삼촌이 갑자기 내 앞에 봉투하나를 건네셨다. 삼촌께서 방에 들어가신 후 봉투를 열어보니 100달러짜리 5장, 500달러였다.

목회자에게 500달러(한화 약 560,000원)는 아주 큰 돈이다. 삼촌의 형편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중국에서 한 달 집세와 맘먹는 큰 돈을 나는 도저히 받을 수 없었다.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오히려 핀잔만 들었다. 여행을 떠날 때, 가족에게는 절대 도움을 받지 않기로 다짐했다. 여행을 한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나와의 약속 중, 자발적인 후원은 감사히 받겠다고 했지만, 가족이 주는 것은 오히려 남이 주는 것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고민을 하다가 이 돈을 절대로 여행비용에는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500달러라면 동남아에서 무려 40일 이상을 여행할 수 있는 큰 돈이다. 무전여행을 한다가 큰 각오를 하고 나왔는데, 처음부터 마음 편하게 여행을 하기에는 뭔가 자존심이 상했다.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여행하겠다고 다짐하며, 삼촌께 감사히 쓰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신세를 지며 여행을 하는 만큼, 늘 '고맙습니다'와 '죄송합니다'를 네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사람으로서 기본이고, 기본이 없으면 여행을 차라리 지금 그만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떠나기 전 나에게 해주셨던 이 무거운 말씀은 여행 654일동안 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준이 되었다. 실질적으로 이 여행이 가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바로 '고맙습니다' 와 '죄송합니다' 를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곧 구체적으로 연재하겠지만, 삼촌이 주신 500달러는 그 후, 5일도 안되어 특별한 이유로 홍콩에서 다 써버리게 된다. 500달러는 금방 사라졌지만, 결국 끝까지 나의 여행을 이끌어 준 것은 '고맙습니다' 와 '죄송합니다' 를 잊지 않고 살라는 삼촌의 마지막 권고의 말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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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작가인스타 @walking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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