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본격적으로 행동을 할 때가 왔다.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누구라도 찍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으려면 모델이 필요했다. 페이스북에도 무료로 사진을 찍어드린다고 공고를 올렸다. 하지만 팔로우가 500명도 되지 않는 나의 글을 봐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사람을 만나야 했다.
"천인옌, 홍콩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고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
단순하게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사진 찍을 기회가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프리포토를 해보자는 생각은 익히 각오하고 있었기에, 마음을 먹고 천인옌에게 도움을 구했다.
"일반적으로 빅토리아 피크에 가장 많이 가, 그런데 거기에 올라가려면 트롤리카를 타야 돼. 너한테는 좀 부담이 될텐데... 괜찮아?"
한국에 있으면 그렇게 부담이 큰 돈은 아니었지만, 전재산이 10만원도 없는 상태에서 나에게는 큰 돈이었다. 다행히도 구글을 찾아보니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가 있었다. 도심에서 부터 걸어올라가면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 걸리기도 하고 경사가 심해 고생할 거라며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걸어 올라갈게! 운동도 하고 좋지 뭐!"
"그럼, 우리 학교에서 선생님들이랑 이따가 오후에 그곳으로 답사를 가니까 오후 4시 쯤에 피크에서 만나자."
천인옌은 출근을 하고, 나는 빅토리아 피크로 향했다. 길은 생각보다 좁고 가팔랐다. 우리나라 남산타워를 걸어올라가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게다가 유심칩도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는 길 또한 찾기 쉽지 않았다.
홍콩은 중국이지만, 중국어를 알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어를 쓴다고도 들었지만, 관공서에서만 영어를 사용할 수 있을 뿐, 일반적인 시민들은 영어나 중국표준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길을 묻기에도 다소 어려움을 느껴졌다.
이러저리 길을 헤매다가 두 시간 반만에 가까스로 빅토리아 피크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도시 사이사이 자욱하게 끼어있던 안개는 거칠 줄 몰랐다. 오전 시간이기도 하고 안개가 많이 껴서 그런지 피크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라왔으니, 계획대로 프리포토를 시작해야했다. 단순히 다른 여행자들처럼 놀러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다시 한 번 내 머릿속에 각인해야 했다.
미친듯이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주체가 되지 않을정도로. 부끄러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머리가 하얘졌다. 조그마한 노트에 써가지고 온 프리포토 피켓을 펼쳐 드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하아.. 이정현, 대체 뭐가 두려운 거냐,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온 거잖아,"
빅토리아 피크에 도착했지만, 이 생각을 반복하며 한 시간 반 정도를 그 자리를 멤돌기만 했다. 마치 좋아하는 여자를 앞에 두고 고백할까말까를 수 차례 고민하는 기분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드디어 어렵게 프리포토 피켓을 들고 섰다.
예상한대로 사람들은 멀리서 쳐다보면서 쑥덕거리며 웃기만 할 뿐 아무도 나에게 사진을 찍히러 오지 않았다. 한 시간동안 서있다가 지쳐서 피켓을 옆에 세워놓고 털썩 주저 않아버렸다. 내 눈 앞에는 펼쳐진 안개 자욱한 홍콩시내는, 마치 나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 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쉽지 않구나. 이제 정말 어쩌지..."
용기 내어 주변 외국여행객에게도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다가갔지만 아무도 나에게 사진을 찍히고 싶지 않아했다. 결국 아무런 수확도 없이 6시간 동안 헛되이 시간을 흘려 보냈다.
오후 4시가 되었다. 천인옌이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피크로 왔다. 친구들과 함께 찍어준 한 장의 사진이 오늘 찍은 인물 사진의 전부였다. 결국 첫 번째 프리포토는 실패했다. 실패 했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하지는 않았다. 단지 왜 사람들이 나에게 사진을 찍히려 하지 않을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어 그 사실이 더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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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글 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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