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홍콩에서 중국을 통해 육로로 하노이를 넘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홍콩에서 중국으로 다시 들어가려면 비자를 다시 발행해야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중국을 여행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70불에 이르는 중국비자를 다시 받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 홍콩을 빠져나가려면 오로지 비행기 밖에 답이 없었다.
하노이로 가는 비행기는 내 기준에 너무 비쌌다. 가장 싼 편도 비행기도 18-20만 원대를 웃돌았다. 내가 가진 돈을 다 퍼부어도 티켓을 살 수가 없었다. 홍콩에서 머물면서 알바라도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날 죄여왔다. 순간 렌즈를 괜히 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회가 몰려왔다.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어떻게든 가장 싼 티켓을 찾는 방법 밖에 없었다. 홍콩에서 베트남으로 출항하는 항공사는 다 찾아본 것 같다. 우선 홍콩을 벗어나야 된다는 생각으로 목적지도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아닌 다른 지역도 닥치는 대로 다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베트남 다낭이라는 곳으로 가는 비행기 편을 발견했다. 가격은 단 돈 8만 원이었다. 다낭이 어떤 도시인지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사실 전혀 관심도 없었다. 그저 나는 인도차이나 반도로 넘어가는 게 중요했고, 갈 수 있다라는 희망이 생겨서 기뻤다.
그다음에는 다낭에서 하노이로 가는 버스를 찾아봤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였기 때문이다. 가격은 한화로 약 3만원 정도. 혹시 몰라서 비행기도 있나 찾아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편도 3만원 정도 되는 비엣제트 티켓을 발견했다.
두 장의 항공권을 사도 11만 원이라는 돈 밖에 안 들었다. 어찌 됐든 현재 있는 예산으로 하노이를 갈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티켓이 언제 바뀔지 몰라 바로 구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았다. 여러 번을 시도해보아도 결제가 되지 않았고, 컴퓨터를 바꾸어보아도 결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홈페이지 하단에 신용카드만 가능하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아 결국은 신용카드가 발목을 잡는구나."
여행 출발을 하면서 나는 신용카드 한 장도 챙기지 못 했다. 오로지 씨티은행 체크카드 하나만을 챙겼다. 그마저도 여유 분 없이 단 한 장만을 챙겼다. 일부러 챙기지 못한 것은 아니다. 만들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예전에도 체크카드 하나만으로 유럽을 여행했었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항공권 구매 자체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난감한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부모님께 연락을 해볼까도 했다. 하지만 이제 출발한 지 일주일 만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내 선에서 해결을 볼 수 있어야 했다. 떠나왔던 홍콩친구 천인옌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부탁할 친구라고는 그 친구뿐이었기 때문이다.
"천인옌, 내가 현금으로 줄 테니 혹시 항공권 결제 좀 도와줄 수 있니."
천인옌은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며, 두 장의 항공권을 결제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역시 신용카드를 사용하니 결제가 정상적으로 처리가 됐다. 항공권 결제에 거의 전 재산을 다 써버렸다. 하지만 통장에는 다행히도 5만원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알고보니 친한 동생이 아무 말없이 소액의 후원을 해놓았던 것. 이 친구 덕분에 빈털털이로 베트남을 가는 것은 면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무런 연고지가 없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돈이 없으니 숙박업체에 예약을 하기도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여행 출발 전, 카우치서핑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카우치서핑은 여행과 외국인을 좋아하는 현지인이 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집을 무료로 공유해주는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하지만 호스트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알아보니 보통 카우치서핑은 1-2주 전에 사전예약을 해야 했고, 여행객이 남자라면 성사 가능성이 낮다라는 사실을 들었다. 하지만 홍콩을 떠나는 전 날 밤 10시, 감사하게도 '쉔니하오' 라는 현지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내일 저희집으로 오셔도 좋습니다. 제가 공항으로 픽업을 나갈게요."
당장 다낭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던 나에게 정말 천군만마와 같은 메시지였다.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그 다음도 문제지만, 우선 다낭에 가서 천천히 생각해보자."
중국을 통해 육로로 베트남을 가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좌절로 인해 오히려 더 좋은 방법으로 베트남을 가는 법을 알게 되었다. 비록 원했던 하노이는 아니지만, 오히려 다낭이라는 새로운 도시를 여행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게다가 좋은 카우치서핑 호스트도 만나게 된 것은 더더욱 전화위복의 행운이었다.
다낭이라니...생각도 못한 도시인데 도대체 여기는 어떠한 곳일까.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휴양지라는 말만 가득해서 비싸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냥 부딪쳐보는 수밖에.
사진 / 글 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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