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여행]
"루앙프라방을 가기 전에, 하루 정도 시간이 있는 것 같은데 할롱베이에 다녀오는 것이 어때요? 비용도 얼마 안들텐데"
지난 날 하노이 여행을 시켜주었던 밀로타오에게서 문자가 왔다. 하노이까지 왔는데 할롱베이를 안 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머물고 있는 호스텔 측에 한 번 가격을 물어보라고 했다. 호스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가격대는 다양했는데, 한화로 2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상품이 있었다.
2만원, 사실 큰 돈은 아니지만 당시 20만원이 채 없던 나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루 생활을 5천원 정도로 하고 있었으니, 2만원이면 사실상 4일정도 생활비인셈이다. 아마도 며칠 전까지 나의 마인드였다면 할롱베이를 포기하고 4일 버티는 여행을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한 것을 미루어볼 때, 돈을 아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내일 짐을 싸서 집을 돌아가더라도 지금 이순간에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나에게 더 유익할 때가 많았다.
사실 돈 때문에 고민한 것은 아니다. 그저 할롱베이 자체에 크게 관심은 없었다. 사진으로 본 할롱베이는 내가 학창시절 때 다녀온 중국의 계림과 비슷했고, 장가계보다는 조금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런 것 다 상관없이 할롱베이의 풍경 자체는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할롱베이로 나를 이끈 것은 전혀 다른 이유이다.
할롱베이 투어는 혼자 가는 것이 아니다. 같은 호스텔에서 머물고 있는 여행자들과 함께 그룹이 되어 투어를 진행한다. 즉, 여행 동행자가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몇 시간동안 때양볕 밑에서 억지로 여행자들을 만난다고 고생할 필요가 없다. 그냥 같이 즐겁게 수다떨면서 여행을 다녀오면 되는 것이었다.
할롱베이의 멋진 풍경이 아닌, 함께 가는 여행자들이 있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할롱베이 투어를 신청하게 했다. 고작 몇푼을 아껴서 혼자서 여행을 더 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래, 아무 의미없이 4일을 버티는 여행보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가자."
[할롱베이 투어]
내 예상대로 할롱베이 투어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 물론 같은 호스텔 식구가 아닌 사람들도 합류를 했지만 사실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노이에서 할롱베이까지 4시간 여를 달리면서 봉고차 내에 있는 여행자들과도 꽤 친해졌다. 할롱베이에서 사진을 이쁘게 담아서 선물해주겠다니까 다들 모두 신이 난 표정이다. 여행자들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할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그동안 쓸데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억지로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던 내 모습에 참 답답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기회를 만들면 참 좋을 것을!
할롱베이 투어는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았다. 그냥 풍경구경만 하고 오는 것인줄 알았는데, 유람선도 타고 점심식사까지 제공이라니 2만원이라는 돈이 아깝기는 커녕 오히려 너무 싸다고 느껴졌다. 할롱베이는 생각보다 볼거리도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게 여행자들을 만나 그들을 찍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좋았다. 그냥 모든 순간이 다 좋았다.
[좋은 경험을 위해서라면]
지난 일주일간 여행지에서 내가 찍은 사진은 다 모르는 사람들을 몰래몰래 찍은 사진이었다. 그런 사진들은 아무리 이쁘게 찍혔다고 할지라도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진이었다. 특별하게 어떤 의미를 담은 사진이 아니라면, 내 컴퓨터에 더 남겨둘 이유가 없는 사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할롱베이에서 찍은 사진들은 다르다. 잘 찍었던 못 찍었던 상관없이 사진 한 장 한 장에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과 추억이 깃들어 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이 친구들과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과 함께 한 찰나의 시간이 이 사진들을 조금 더 가치있게 만들어 주었다.
경험은 새로운 기회를 알아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해준다. 짧지만 그동안 함께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어주었던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아무런 의미없는 사진에 집착을 하거나,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지 않았을까. 돈을 아껴야 했지만, 홍콩에서 전재산을 들여 렌즈를 샀던 것도, 할롱베이 투어를 과감히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다. 이 날 이후로 다시 한 번 내 마음에 새기게 된다. 내게 꼭 필요한 경험을 위해서는 집에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절대 돈을 아끼지 말자고.
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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