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줄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수도 없이 했던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그러한 제안을 거절했다.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여행초반에만 매몰찬 거절을 당했을 뿐, 이후에는 늘 환영 받았던 질문이었으니까. 단지 그 당시 질문에 대한 타이밍이 적절치 못했을 뿐이었다.
지난 몇 주간 무작정 길거리로 나가 시간을 내어 사진을 찍힐 여행자들을 찾는 것은 돌이켜보니 무모한 행동이었다. 아니, 무모하다기보다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나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께서 다짜고짜 아무런 연고도 없이 이러한 제안을 들으면서 얼마나 불편하셨을까. 아직도 죄송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가보지 않은 자연에 대한 도전이나, 해보지 않은 경험에 대해서는 무모하고 과감한 행동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만나보지 않은 '낯선 사람'을 향해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는 것은 상대에게 큰 부담을 줄 때가 많았다.
루앙프라방에서부터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억지로 인연을 만들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내가 걷고 있는 여행의 길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인연들에게만 집중해보기로 했다. 할 말도 없는데 무작정 다가가서 말을 걸지 말고, 여행이라는 길에서 상대방과 내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보며 말을 걸어보려고 힘썼다.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같은 교통수단에서 마주친 사람이라면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행을 하며 처음 보는 사람과 가장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방향에 대한 질문 만큼이나 좋은 질문은 없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과 방향이 비슷하거나 목적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낯선 여행지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같은 공감대를 가졌다는 사실은 상대방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다음 질문을 이어가기에도 수월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전제가 되어주었다.
이번에 라오스에서 만난 크리스 부부와 나탈리아가 그런 친구들이었다. 길거리에서 '툭툭' (동남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교통수단)를 찾고 있었는데,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툭툭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이기 때문에 더 말을 걸기 수월했다. 결국 우리는 같은 목적으로 인해 저렴하게 꽝씨폭포에도 갈 수 있었고 가는 길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꽝씨폭포에서 나에게 멋진 촬영 모델이 되어주었고, 그들은 나에게 사진을 선물 받음녀서 서로에게 기억에 남고 유익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혼자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남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혼자 여행 하는 것이 익숙해서인지, 상대방 입장을 잘 고려하지 못해 결국 또 혼자가 되는 여행자들을 만나며 뭔가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어 아래와 같이 쓰게 됐다.
첫 번째, 어떤 '사람' 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작정 머리를 들이대고 시도를 하는 것보다는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대부분 기분 나쁜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두 번째,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분모' 가 필요했다.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든지, 아니면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다든지, 적어도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감의 단서가 있어야 했다. 공통분모는 결코 내 생각으로만으로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만큼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작은 것이라도 상대방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했다.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기 때문에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지만, 굳이 사진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아무 사심없이 나눌 수 있으면 좋다. 그런 나누는 모습에서 상대가 진심을 느끼며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도움들을 줄 때가 많았다. 그러한 순간들이 모이면 결국 남들과 나눌 수 있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된다.
[SNS의 역할]
SNS는 불특정다수에게 나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없는 이야기를 꾸며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행동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면 SNS는 여행을 하며 두툼한 지갑 이상의 도움을 줄 때가 많다.
꾸준하게 포스팅을 한 덕분에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나와 여행일정이 비슷한 여행자들께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다. 물론 사진을 찍는다는 특징이 있어서 공짜로 사진을 바라는 마음에 오는 연락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분들 조차도 진심을 다해 소통하려고 노력하면 결국 좋은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좋은 여행파트너가 되어주었다.
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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