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아 젠장! 나 진짜 30달러 밖에 없다니까!

by 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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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세요. 캄보디아에서는 일상이니까]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버스를 타고 12시간을 달려 팍세에 도착했다. 팍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국경으로 넘어가는 차를 타려면 이곳에서 차를 갈아타야 한다고 한다. 하차한 지 어느덧 한시간 반이 지났고 내가 타야할 차는 오지 않았다. 아침 시간이라 차가 끊길 가능성은 적었지만, 약속시간까지 프놈펜 공항에 가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이 됐다.

차가 올 생각을 하지 않자 나는 팍세에 있던 매표소 직원에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보던 한 프랑스 여성이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걱정마세요. 버스는 반드시 오니까요.
저는 캄보디아에서 10여년을 살면서 국경을 여러번 지났는데
이런 일쯤은 일상에 불과하니까 걱정말고 기다려요."


이유는 자신도 알 수 없지만, 이정도 늦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거라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란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작은 봉고차를 버스터미널 쪽으로 들어왔다. 타야할 사람은 14명인데, 10인승 차량에 올라타란다. 조금만 가면 되니까 그냥 참고 타란다. 나중에 캄보디아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일어났던 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지만, 아무튼 잠깐만 가면 된다니 차에 올라탔다.


[아 젠장! 나 진짜 30달러 밖에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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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쎄, 5달러가 더 필요하다니까!
5달러 안 주면 비자 안 내줍니다."


국경에 있는 캄보디아 공무원이 대놓고 뇌물을 요구했다. 무슨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자값 30달러 말고 그냥 5달러를 대놓고 달라는 것이었다. 왜 5달러를 내야 하냐고 물었지만, 공무원은 그냥 내 여권을 던지더니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버스기사는 빨리 가야한다면서 재촉였고, 나를 기다리는 여행자들은 차에 올라타지 못한 채 나를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

캄보디아 비자 가격은 30달러라는 이야기를 사전에 들었고 뇌물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하여 딱 30달러만 환전해서 가져갔던 것이었다. 사실 돈이 그 이상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모험이었지만, 비자비가 아예 모자라서 불법입국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운에 맡기고 국경에 온 것이었는데 결국 사건이 터졌다.

지갑을 열어 보이며 진짜 돈이 30달러 밖에 없다고 우겼다. 카드도 체크카드 밖에 없어서 결제를 할 수가 없다니까, 그러면 비자를 내줄 수 없다며 으름장을 내놨다. 사람들의 시선은 더 따가워졌고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는데, 아까 그 프랑스 친구가 5달러를 공무원에게 건네며 내게 말했다.

"정말 돈이 없는 것 같으니 내가 대신 내줄게요.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친구 있으면
그 때는 당신이 그를 도와주세요."


5달러를 받은 공무원은 답답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힘껏 도장을 쾅 찍더니 결국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비자를 내주었다.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마치 범죄자 보듯이 바라보던 그 시선에 불쾌감을 숨기기 어려웠다.

5달러를 대신 내준 사라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ATM이 나오면 바로 인출해서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한사코 사절했다. 나중에 다른 이들을 도울 때가 있으면 도와주라며.

그녀 덕분에 다행히도 캄보디아 국경을 넘을 수 있었지만, 돈이 없어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사실은 내 가슴 속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여행을 이어가야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로웠지만, 당장 내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작가인스타 @walking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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