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태국에서 만난 친척

by 폴작가




[병수삼촌]


야 정현아, 넌 태국에 왔으면 삼촌한테 왔다고 연락을 해야지.
지금 어디냐, 데리러 갈테니까 있는 곳을 말해라.


태국에 도착하여 게스트 하우스에서 쉬고 있는데 병수삼촌에게서 보이스톡으로 연락이 왔다. 내 카톡은 어떻게 아셨을까. 알고 보니 부모님이 연락을 주신 듯 했다. 안 그래도 태국으로 떠나는 날 엄마에게 연락이 왔었다. 태국에 오촌삼촌인 병수삼촌이 살고 계시는데 괜찮으면 한 번 찾아가보라는 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친척이 있다는 말에 반가웠다. 엄마는 내가 만나본 적이 있는 분이라고 했지만 사실 너무 오래되어 이름만 들어서는 얼굴이 잘 매칭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연락처를 주셨지만 사실 잘 모르는 분인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연락을 드리기가 죄송스러웠다. 뭔가 바라고 찾아가는 기분이 싫어서 연락처를 받았지만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다. 사실 배부른 소리이긴 했다. 캄보디아에서 꽤나 많은 후원을 받았다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 하긴, 의존하지 않아도 혼자서 최소 2달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여행자금이 생겼으니 돈을 내고 라도 눈치를 안보며 편하게 있고 싶었다.

하지만 병수삼촌이 내가 있는 카오산로드까지 직접 픽업하러 오셨다. 멀리서 손을 흔들고 계신 삼촌을 바라보면서 그제서야 누구신지 알 것 같았다. 아마 거의 10여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 같았지만 확실하게 누군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 방콕의 끔찍한 트래픽을 뚫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 삼촌 집에 도착했다.


있고 싶은 만큼 편하게 지내다가렴.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고.


삼촌 집은 마치 집 전체가 사무실 같은 느낌이었다. 알고보니 방콕에서 회계로펌 관련 법인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셨다. 가족인 줄 알았던 사람들은 직원이나 메이드이신 분들이었다. 집 전체를 집으로도 쓰시면서 사무실로 쓰고 계셨던 것이었다. 나에게 쓰라고 주신 방은 정말 호텔처럼 좋았다. 아니 그 때 기분으로 말하면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누려보지 못한 더블룸과 푹신푹신한 이불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아주 크고 좋은 샤워타월도 3개나 준비해주셨다. 빨래가 있으면 메이드에게 맡기면 되고, 배고프면 메이드한테 말하면 해줄 거라고 하신다. 지금까지 누려보지 못한 호화스러운 대우를 해주셨다.


방콕에 고작 며칠 있다가 치앙마이로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삼촌을 만나게 되면서 그 일정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나도 모르게 집 처럼 편안한 곳에 와서 일까, 고작 며칠 일정이었던 방콕일정은 무려 한 달이 지나도 떠날 기미가 안 보였다. 방콕에 있을 적에 삼촌은 식사를 자주 대접해주셨다. 한 번은 그동안 못 먹어본 것들을 사주신다며 한국인이 운영하는 횟집에 데리고 가주셨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요리는 태국에서 잡은 생선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그 날 그 날 배송해오는 신선한 제주생선들로 만든 활어회였다. 당연히 가격은 내 기준으로 매우 비쌌다.

삼촌은 태국에 오신지 10년이 넘으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언어도 안 통하는 이곳에 와서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10년간 태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쌓으셨다고 한다. 지금은 숙모도 태국 분이시고, 덕분에 태국어도 유창하시다. 그 경험을 토대로 지금의 회사를 세우시게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삼촌에게서는 참 들을 이야기가 많았다. 함께 있으면서 많은 것들을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오래간만에 누군가로부터 살아있는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역시 자신의 살아있는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그러한 사람들은 비록 나와 많이 다를 지라도,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작가인스타 @walking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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