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재밌는 만남, 생소한 경험

by 폴작가


[두 프로골퍼와의 만남]


정현아 오늘 삼촌 친구들 만나러
파타야에 갈건데 같이 갈래?


딱히 특별한 계획도 없었기에 거절하지 않았다. 파타야를 아직 가보지 않았으니 이 참에 파타야도 보고오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낙원이라는 방콕이지만, 매일 도시 한가운데에서만 지내다보니 서울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참이었는데 좋은 기회였다.

파타야에서 만나게 된 분들은 현직 프로골프 선수들이었다. 모두 국제경기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계신 분들이었으며, 태국으로 경기차 자주 오게 되면서 삼촌과 알게 된 사이셨다. 삼촌 덕분에 TV에서나 나오는 사람들을 이렇게 그냥 옆집 동네 아저씨 보는 것처럼 쉽게 볼 수 있다니.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쩌다보니 식사를 하면서 그 분들에게도 나의 여행이야기를 짧게나마 전달하게 되었다. 평생 프로골퍼로만 살아온 이들에게는 이야기가 참 신기하고 생소했는지 재밌게 들어주셨다. 자신들은 어려서부터 계속 골프를 하니라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프로가 되고나서는 더 개인시간이 없어졌고, 돈 걱정은 안하고 살고 있지만 사실 보여지는 것과 다르게 매우 무료한 삶이기에 나 같이 사는게 힘들어도 재밌을 거 같다며 내심 부러워 하셨다. 역시 사람은 아무리 좋은 위치에 있어도 자기와 다른 걸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어떤 사람들은 럭셔리하게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극도로 가난하게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특별한 프로젝트를 하며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재밌는 건, 어떤 상황에 있는 여행자들이라도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마음을 조금씩은 갖고 산다는 사실이었다. 돈이 없는 여행자들은 편하게 여행하는 부유한 여행자들을 부러워했고, 돈이 많은 이들은 돈 없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스펙타클한 여행을 하는 친구들의 용기를 부러워했다. 프로젝트가 있는 이들은 아무생각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자유를 부러워했고, 아무 생각없는 이들은 비전있는 프로젝트 여행을 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결국 여행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적어도 자신이 만족하는 여행은 자신이 만들어야지 다른 이들이 만들어줄 수 없었다.

두 분의 프로골퍼와 식사를 마치고 형 뻘이셨던 최진호 프로께서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셨다. 100달러. 이미 여행자금은 충분히 있었던 지라 넉넉하다고 사절했지만 최프로께서는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부담 갖지 마시고 받으세요.
어차피 저희에게는 캐디 팁 정도에 불과한걸요.
정현씨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앞으로도 건강히 여행 잘 이어나가길 바래요.


그렇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두 분은 호텔로 돌아가시고 삼촌과 나는 다시 방콕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삼촌께서 두 프로의 경기가 주말에 있는데 관심있으면 가보라며 나에게 초대권을 주셨다. 촬영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에, 후원의 감사의 표시로 경기 사진을 찍어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초대권을 손에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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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촬영의 매너]


움직이시면 안 돼요!


실제 국제경기 촬영이기 때문에 망원렌즈를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가서 찍으면 자칫 경기에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멀리감치 최진호 프로를 따라다니면서 경기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갑자기 최진호 프로께서 나를 향해 소리치셨다.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내가 걷는 것 자체가 경기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셨던 것이다.

나중에 경기가 잘 끝나고나서야 듣게 된 말이지만, 퍼팅을 할 때는 캐디를 포함해 심지어 촬영자들도 정지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조금만 땅이 흔들려도 선수들이 감지해낼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멀리 있다는 이유로 열심히 걸어다녔으니 도움을 드리러 갔다가 괜히 민폐만 끼치고 온 꼴이 되었다.

앞으로 스포츠 촬영에서 일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앞으로 사진을 하며 알아야 될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 사진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잘 찍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피사체에 대한 상당히 깊은 이해가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그 세계에서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진을 잘 찍는 사진가라고 할지라도 좋은 사진을 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비록 부끄러운 마음과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 순간이었지만, 앞으로 사진 커리어에 꼭 필요할지 모르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됐다.

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작가인스타 @walking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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