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외로움과 고독함

by 폴작가


[혼자라서 혼자일 수 없습니다]


혼자서 여행하시면 너무 외롭지 않나요?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나는 혼자 여행한다. 하지만 결코 혼자만 여행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사진을 찍으면서 여행을 하다 보면, 혼자인 시간보다는 늘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외로울(Loneliness) 틈이 없다. 물론 사람들 사이에서 둘러싸여 있더라도 설명하기 어려운 극심한 외로움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외로움을 고독함(Solitude)이라고 표현한다.

고독은 외로움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옆에 기댈 누군가가 없어서 느끼는 감정이다. 이런 경우 자신이 누군가에게 기댈 어깨가 되어주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힘든 감정을 소모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경우가 많다. 옆에 누가 있더라도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신도 결과적으로 큰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고독은 다르다. 고독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도 느낄 수 있는 쓸쓸한 감정이다. 고독은 힘들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감정이라기보다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려는 감정이다. 기댈 누군가를 찾기보다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힘쓰려고 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모양은 비슷하나 그 목적 자체가 다르다. 자신의 옆 빈자리를 채울 사람을 찾는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 옆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은 것인가.

사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그러나 혼자만 즐기는 재미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 했다. 누군가와 그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졌다. 다가오는 여행자들에게 사진을 찍어주었고, 그들은 평소보다는 훨씬 나은 퀄리티의 사진을 받아보고 좋아했다. 그러한 흐름으로 여행을 하다 보니 SNS에서 나의 활동을 보고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찾아왔다. 그들 덕분에 또 다른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에게도 동일하게 여행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진을 찍어 나누었다.

만일 내가 혼자가 아니었다면 여행자들이 나를 찾아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일 옆에 동행자가 있다면, 특히나 그 동행자가 연인이었다면 더더욱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요즘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다 같이 무리 지어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보다는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좀 더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다.

그럴지라도 결코 아무 이유 없이 먼저 찾아가는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경계심과 부담감만 줄 수 있다.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무턱대고 다가가기보다는, 그들이 용기 내어 다가올 수 있도록 편안한 마음을 주어야 했다. 그래야 내가 누군가를 찾아가더라도 그 걸음이 헛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다 보니 옆에 두어야 할 사람, 내가 사진을 나누어야 할 사람들이 구별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가온 사람들이 나의 인연이었고, 나는 그들에게만 집중해야했다.

사람은 이기적인 심성과 이타적인 심성을 둘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먼저 이기적인 본성이 충족되어야 이타적인 본성이 시나브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외롭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기 보다는 받기만 하려는 자신의 이기심을 세상에 공공연하게 증명하는 것에 불과했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주는 것, 특별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무언가로 누군가의 옆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 그것이 여행을 하며 늘 혼자였지만 결코 혼자일 수 없었던 이유이며, 외로움이 나를 좀먹지 않게시 하는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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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즐겁고 의미 있던 빠이여행]


빠이에서는 5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지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 첫날은 중국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사진을 나누었다.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오래간만에 느껴본 시간이었다. 그 이후 이틀간은 한인 게스트하우스에 함께 머물고 있던 식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사진을 나누었다. 처음에는 어색한 기운이 웃돌았지만, 정말 착하고 매력적인 친구들 덕분에 잊지 못할 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현지에서 지내고 있는 여행자 커플에게 스냅을 선물했다. 그들과 밤새 펍에서 나누었던 담소의 시간들 또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할 수 있는 사진을 나누니, 그들은 나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누었다. 이토록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상대의 필요를 알고 나누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더니, 서로가 모두 실속 있는 여행을 하면서도, 다시 되돌아 보고 싶은 가치 있는 여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장기 여행자들의 무덤이라는 빠이, 그 명성만큼이나 너무 아름다운 마을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없었다면 그저 나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여행지에 불과했을 터, 함께 해준 그들이 있었기에 여전히 내 가슴속에 여운이 남아있는 소중한 여행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폴작가, 여행길 밥 잘 챙겨 먹으라고.
굶지 말고 다니라고 조금 넣었어.
- 빠이에서 만난 'Na' (가명) -


그저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이 있어 감사했다. 그들에게 사진을 선물할 수 있어 행복했다. 내 가슴속에 남겨준 그들의 따뜻한 나눔의 온기가 오늘 이 시간 나로 하여금 글을 써 내려가게 한다. 누군가에게 또 한 번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러한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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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스님]


공기 좋지, 조용하지, 여행자들이 맨날 와서
밤새 떠들썩거리고 있는데 심심할 틈이 있겠니.


지금은 은퇴를 하시고 태국 빠이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계시던 초연스님. 늘 아침 점심 저녁을 손수 차려주시던 스님의 모습을 뵈며 다시 한 번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 돌아보게 된다. 저렇게 퍼주시면서 남는 것이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손주 손녀 같은 여행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무엇을 해줄까를 고민하시는 스님을 뵈면서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그것이 결코 손해 보는 삶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무조건 내 손아귀에 넣는 것은 행복한 삶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손아귀에 넣더라도 그 이유가 심플하고 분명해야 했다. 더불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주어진 것을 최대한 누리려는 태도가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깝게 가게 했다. 행복은 결코 혼자 누리는 개념이 아니었다. 행복은 먼저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채워주면서도 이후 누군가의 빈 옆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했다. 순서가 바뀌거나, 둘의 균형을 잃는 순간 행복은 점점 멀어져 갔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시면서 자신의 필요를 채우시면서도 늘 여행자들의 아쉬운 점을 채워주시려는 초연스님을 가까이서 뵈며 나는 행복을 보았다.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철두철미하게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무언가로 남들과 더불어 즐겁게 살아갈 마음만 유지할 수 있다면, 외로움에 지쳐 쓰러지는 것이 아닌 고독함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고 타인을 세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곳에서 나는 지속가능한 행복의 단서를 보았다.

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작가인스타 @walking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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