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생각은 분명했다.
인도친구 선재의 여동생 시마. 오늘 갑자기 이 친구와 대화가 나누고 싶었다. 이것저것 사소한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마는 영어로 이야기 하는게 다소 힘들게 느껴지긴 했지만, 열심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이 느껴져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바라나시 도착한지 벌써 3일차. 화장터를 다녀온 이후, 사실 아무 곳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선재네 멍카페에서 지냈다. 특별히 하는 것은 없었다. 원래는 사진편집과 밀린 포스팅을 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컴퓨터가 이상이 생기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노트북 사건과 관련하여 여행작가 해경누님과 카톡을 주고 받다가 누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노트북이 망가진 건 신의 계시야. 이 참에 밖으로 뻗힌 생각을 잠시 정리 해보는 게 어때? 엎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성인들도 말씀하셨잖아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의 일상은 늘 사진, 편집, 포스팅 이 세가지의 반복적인 일상이었다. 글을 쓸 때는 늘 생각을 가지고 썼으나, 여유를 가지고 썼다기보다는 늘 습관적으로 써 내려갔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강제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 누님 말씀대로 이 참에 인터넷과 상관없는 일을 해 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인도에 대해 궁금했던, 또 인도를 여행하며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있었는데 가장 가까이 지내던 시마에게 묻고 싶었다.
시마, 인도인들은 행복해? 만일 행복하다면 왜 그렇다고 생각해?
시마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모든 인도인들이 행복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행복해요. 그저 먹고 자는 것과 같이
기본적인 것들만 채워지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으면 행복해요
나는 또 물었다.
한국은 지금 행복지수가 142위라구 해.
인도인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인도인들보다
행복하지가 않다고들 많이 이야기 해.
이 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공유해줄 수 있겠어?
늘 한국사람들을 만나왔던 그녀는 이번에도 이미 확신이 있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양해를 구하고 아래 이야기를 받아 적으며 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행복이 목적이 아닌 것 같아요. 그저 부자가 되고, 성공을 하는게 목적 같아요. 그래서 가족 혹은 친구와 같이 소중한 것들을 늘 뒤로 제껴두고 그저 성취 만을 위해서 달려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많이 아는 것보다는 얼마나 깊게 아느냐가 중요하고, 많이 보는 것보다는 많이 생각할 여유를 갖는게 중요한데, 이곳에 여행온 한국사람들만 봐도, 그저 정해진 며칠내에 어디를 꼭 가봐야 한다는 식으로 성취하기 위해 여행을 다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인도인도 그런 사람들이 물론 존재해요. 인도인이라서 그런게 아니고, 문화의 차이도 아니고, 그저 개인차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분명한 건 행복은 만족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만족은 깊게 이해를 하는 것이죠. 결코 끝낸다는 개념이 아닌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늘 끝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거 같아요. 그저 제 생각이에요.
그동안 행복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해왔다. 어느 한국인들도 이토록 명확하고 정리된 자신만의 주관적 생각을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천편일률같은 이야기들, 팩트에 근간한 말이 아닌, 감정에 근간하여 제 멋대로 판단한 말들이 넘쳐나기에 그녀의 조리있는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영어는 서툴렀지만, 그녀는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나에게 전달해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생각은 표현되는 것이 아닌 전달되는 것이었다. 오늘 시마의 생각이 그랬다. 비록 서투룬 영어로 표현된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깊은 이해력에 기초한 좋은 생각이 나에게 충분하게 전달되었다. 그 어떤 고급 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내게 해 준 그 어떤 말보다도.
시마와 함께 했던 시간 덕분에 인도 바라나시에서 인도에 대한 생각이 다시 한 번 바뀌었다. 역시 인도인이라서 행복한 게 아니고, 시마라서 행복했던 것었다. 그저 정량적으로 분석한 특정나라의 여러 지수들에 대한 결과가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인도라서 행복한게 아니었다. 인도에서도 만족하고자 하는 이들만이, 깊게 이해하는데 초점을 둔 이들만이, 무엇이 되기 보다는 어떻게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한 이들이 결국은 행복했다.
시마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성취를 위해서 소중한 것들을 제꺼두고
그것만을 쫓는 것은 불행함의 시작인 거 같아요.
좀 늦더라도, 소중한 나의 꿈, 소중한 나의 가족,
친구들과 함께 가려는게 행복이 아닐까요.
제 생각이에요!
앞으로 시마로부터 많은 것들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적인 시선으로 만들어진 천편일률적인 인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팩트에 근간한 진짜 인도의 모습을 말이다.
사진 / 글 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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