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 자체가 최단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곳을 여행하는 가에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는 것보다 만나는 사람들간에 생기는 관계에 초점을 두는 여행을 추구했다.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인간관계 속에서 그러한 배움들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홀로 여행을 할 때 사색을 통해 도움이 되는 생각들을 많이 얻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좋은 생각들을 얻는다 한들, 그것들을 누군가와 소통을 통해 나누지 않으면 독단적인 내 생각이 될 때가 많았다. 관계는 그러한 나의 생각을 이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리 나에게 좋은 생각과 좋은 경험이었다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설령 옳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받아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이들에게는 무리가 갈 때가 많았다. 그들에게는 천천히 다가가야 했고, 그냥 친구처럼 다가가야 했으며, 때로는 가벼운 인상을 주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그래야 했다. 사람의 마음은 여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마침내 얻게 된다고 표현해야 맞지 않을까.
오늘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보이던 민희도 오늘만큼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촬영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열었고, 자신도 구매 이후로 거의 써보지도 않았던 미러리스를 들고 열심히 촬영하며 함께 여행을 했다. 그토록 마음을 안 열어주더니, 바라나시를 떠나기 전, 적극적으로 마음을 오픈하는 그녀에게 감사했다. 우리는 푹푹 찌는 바라나시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함께 사진을 찍고 놀았다.
하루가 다 지나가고, 모두가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방에 들어가는데, 카톡이 울렸다.
오늘 사진찍고 만족하는 1인...ㅋㅋㅋ 고마워요 오빠.
그동안 마음을 잘 열지 않던 민희라서 그랬던지 다른 어떤 말보다도 고맙고 의미있게 다가온 말이었다.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내 생각이 사람들에게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달되길 늘 노력하는데, 그러한 점에서 사진은 내게 지금 현재 가장 좋은 도구다. 예전에는 영어강사로서 '영어' 라는 매개체로 교육적 가치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사진'을 통해 교육적 가치와 콘텐츠를 고민하면서 이 여행을 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교육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에 교육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교육의 첫 단추는 '상대방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 이었다. 마음을 열려면 진심이 들어가야 했고, 그 진심을 잘 표현하려면 자기만의 익숙한 도구가 있어야 했다. 그것이 나에게는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은 발견하기 어려울 뿐이지 각자만의 달란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요리로, 어떤 사람은 미술로, 어떤 사람은 심지어 한복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것을 보았다. 재밌는 것은 키 포인트는 도구 그 자체가 아니었다. 무엇을 하든, 그 도구를 손에 쥐고 있는 그 사람의 태도가 사람의 마음을 열 때가 많다는 것을 보았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진심을 쏟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열심을 다해도 사람의 마음을 열기는 커녕, 자기 마음까지 다칠 때가 많았다. 결국 자신이 진심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던 사람들이 결국 자신들이 간직해두었던 잠재적 가치들을 세상에 하나하나씩 전달시켜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 모두 교육학을 배우지 않았겠지만, 그들의 가르침에는 진정성과 힘이 느껴졌다. 나에게는 사진이 가장 강한 무기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아무리 인간관계에 지쳐도 카메라는 들게 되더라는 사실. 아직까지 확신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가장 자신감 갖고 다룰 수 있는 도구인 것은 확실하다.
내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진심이냐 사기냐가 되는 것은 종이 한 장의 미세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매 순간 매 순간 이 부분에 대해서 민감하게 신경을 곤두 세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것이 나의 여행의 본질에 가깝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지금 내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사진이라는 매체로, 상대방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열어갈 수 있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싶다. 그 끝에 내가 바라고 바라던 열매가 있을거라 믿으니까.
내일이면 이제 바라나시에서의 시간도 마지막이다. 그토록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곳에서도 벌써 8명의 사람들과 사진으로 소통하며 행복을 나누었다. 나의 작은 걸음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길 그저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곳에 내가 걸어가야할 길, 그리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기에.
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작가인스타 @walking_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