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길 위에서
호도협 초입부. 날씨가 너무 좋은 날.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목초 더미를 메고 내려오시길래, 사진 찍어도 되냐는 양해를 구하니 수줍게 웃어주신 나시족 할머니. 미소가 너무 맑고 아름다우시다. 어쩜 저리 곱게 늙으실 수가 있을까. 시간이 흘렀지만, 이 분의 미소는 내 마음속의 아름다운 미소 Top 3에 드는 미소이다.
저 멀리 보이는 옥룡설산
호랑이가 뛰어넘는다는 협곡답게 가파르고 험준한 모습
내가 사랑하는 풍경. 위태로운 절벽이나 돌 틈으로 피어나는 들꽃은 '외유내강' 그 자체이다.
가느다란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 생명력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1박을 한 중도객잔의 방 풍경.
1박 후 아침 풍경. 산 위로 걸쳐진 안개가 신령스러움을 더해준다.
아침 메뉴는 토마토 계란 수프라면. 토마토를 라면에? 그런데 맛있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또다시 길을 나선다.
아득히 펼쳐진 길을 보며 상념에 잠긴다. 길을 인생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이 순간 길을 걸으며 몸과 정신으로 스며드는 그 생각과 느낌에 빠져든다. 길은 끝없이 펼쳐져 있어 언제 도달하나 싶지만, 언젠가는 그 끝을 만나게 된다는 것.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 것. 그러나 길은 유한하기도 하며 무한하기도 한 것. 나라는 한 개인에게는 유한하지만, 뒤이어 오는 그리고 다른 출발점과 종착점을 가진 사람들 또는 더 나아가 모든 생물들의 이동이 연결되면 무한한 것. 그러니 경외심을 가질 것. 어디까지 가야지'라고 목표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으며,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며 가는 것. 때로는 혼자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좋은 사람과 동행이 되기도 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 인생길이지 않을까?
너무 깊은 생각에 심취했는지, 옆에서 걷던 차오가 "너 괜찮니?"라고 묻는다. "아... 너무너무 좋아." 그리고 방금 했던 생각을 함께 나누었다. 차오는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현하는 이야기들에서 생각이 깊은 친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가 그쪽으로 흘러서 그런지 자신의 고민들을 털어놓는 차오. 그에게 아직은 답을 모르겠지만, 길을 걷다 보면 찾게 될 날이 올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그것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호도협(후타우샤) 트래킹 코스 중 하나인 중호도협. 그동안 아래에 두고 내려다보았던 협곡을 직접 내려가서 보는 것이 중호도협 코스이다. 입산료에는 상호도협 코스만 포함되어 있으니 중호도협 입장료를 내라는 안내문. 28밴드만큼이나 힘든 구간이지만, 협곡 사이로 흐르는 거대한 물살을 경험할 수 있어 고생해도 다녀올만한 코스이다. 단 경사가 급하고, 난간이 가팔라 노약자나 심신 미약자는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올가는 길에 만난 대나무 숲. 청량감 그 자체.
호도협 그 거칠고 광활한 협곡 사이로 피어있는 들꽃들은 생명의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건조한 호도협 트레킹에 따스함을 선사해준다.
중호도협에서 올라오니 따스한 햇살이 마을을 감싸 안고 있다. 마치 알프스에 온 듯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