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계절-생일

by 윤슬

내가 세상에 태어난 날

기억인지 환상인지 모르지만

나는

‘안돼’라고 소리질렀었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세상에 와 있었다.

거짓이라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리고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엄마젖이 사람에게서 나오는 우유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고

그게 싫어서

엄마가 분유를 주실 때 까지

울었었다.


생일을 기념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세상에 사는 것이 선물 같다가도

세상에 사는 것이 지옥일 때가 대부분이다.

선물과 지옥을 번갈아 가며,

살아내고 있고 견디고 있다.


회사에서 먼저 축하가 온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오지 않았을 선물들.

그래도 감사하다.

덕분에 커피를 잘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가족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그리고 몇 안되는 친구들도 축하를 해 줬다.

고마웠다.


남편도 다른 친구들 처럼 인터넷으로 축하를 해 줬는데

(근무지가 멀다)

글쎄, 주소를 잘못 적어 시댁으로 생일 케이크를 보냈다.

이미 간 케이크를 되돌릴 수도 없고.

시댁도 내 생일을 알아버려

밥을 먹으러 오라며 연락이 왔다.

남편이 서프라이즈를 해 준다고 했는데

진짜 놀랄 노짜네.


시댁을 싫어하지 않는다. 나는 시댁을 좋아하는 며느리인데, 생일날 시댁은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시어머니 힘드실까봐 밥은 먹고 가니 케이크만 같이 먹자고 했다. (남편 없이 시댁가서 생일축하 받는, 나)

시어머니께서 용돈도 주셨다. 어이쿠.

어머니 덕분에 평소에 사고 싶었던 구두를 한켤레 샀다.

구두를 15년 신었는데 안에 가죽이 다 헤져서 하나 장만해야지 하고 있었었다.

오랜만에 구두가게에 갔는데

그 세월동안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 있었다.

18만원이라니. 구두 한켤레 18만원. 아저씨께 비싸다고 한소리 얹어 가격을 지불했는데 상점 아저씨는 아울렛이라 싼 편이라고 하셨다.

그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상 가격을 보니 보통 27만원 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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