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다녀야 겠다고 결심한 때는 제가 설계회사를 다닐 때였습니다. 같은 건물에 삼성화재에 다니는 사람들이 깔끔한 오피스룩에 파란 사원증을 목에 매고 출근하는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그 당시 제가 다니는 설계사는 새벽3시에 집에가서 다시 오전 10시에 출근 해야하는 그런 상황 이었고 현상 공모(건축 설계 공모)나 턴키(건설사와 한 팀으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간이면 집에도 가기 어려워지는 그런 환경이었습니다. 턴키 사무실은 겨울에도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탈출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대기업에 다니고 싶은 꿈은 이루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야근은 합니다. 그때 만큼은 아니지만요. 설계 프로젝트를 여러개 관리하는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관리하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여러 프로젝트에서 한번에 저를 찾을 때 손오공처럼 머리카락을 날려 제 자신을 많이 만들어 내고 싶어집니다. 머리가 아프고 ADHD가 갑자기 생깁니다. 이 프로젝트 했다가 저 프로젝트 했다가 죽도 밥도 안되게 하루가 지나갑니다. 결국 할일을 싸서 집으로 가지고 옵니다. 프로젝트를 서로 오가며 집중하는 일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 입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동료의 제촉이 이어집니다. 이쯤에서 머릿속에 되뇌이고 있는 ‘퇴사’가 마음에 자리 잡습니다. ‘이렇게는 못살겠어.’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안납니다. 물리적인 업무 처리 시간을 넘어서서 제한된 시간에 업무를 마무리 해야 하는데 늘 그렇게 일 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합니다.
저녁에 남편과 이야기 하며 퇴사를 꿈꾸었습니다. 물론 남편도 저도 물려받은 재산이 없기에 남편은 내심 불안했을 겁니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단칼에 관둔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설 상여까지 일해보고…’ 라고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월급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 자신을 발견하며 어쩔 수 없는 삶인가 생각합니다. 퇴사를 한다면 어떤일을 할까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디지털노마드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 두번째 꿈 입니다.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기록하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에서 들려드리는 제 이야기가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다들 안된다며 회사나 열심히 다니라는 말에 제 삶을 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두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