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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an 23. 2024

마이 바디, 마이 소울

1. 신호

‘23년은 쉼의 1년 이었습니다. 잘 쉬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건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죽는 병은 아니지만 이러다 큰일 나겠구나 싶었습니다. 별거 아닌데 유난 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자궁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흔하게 생기는 자궁의 혹, 의학적인 명칭은 모릅니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쉽게 설명해 주시려고 어려운 의학용어의 병명을 알려주시지 않으셨어요. 알려주셨다 해도 제가 기억하지 못했거나요. 처음에는 좌측에 혹이 생겨 호르몬 약을 먹고 혹의 양을 줄였고 이번에는 우측에 혹이 생겨 또 호르몬 약을 먹고 크기가 줄어 드는지 관찰하는 중 입니다. 혹이 왜 생기는 지는 의학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해요.


피를 흘리며 회사 의자를 적신 그날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그럴 게 아니었는데 나 자신보다 회사 일을 앞세운 내가 미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피가 아래로 쏟아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귀저기를 차고 있어도 그 큰 귀저기가 한시간에 다 젖어 있었는데 빨리 병원에 가보지 못한 저를 탓해 봅니다. 병원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을 일이 아니다라고 하시며 호르몬제 먹고 첫 생리를 할 때 다시 오라고 하셨습니다.


집에서 ‘23년 10월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여다 봅니다. 작년에 검진결과 나왔네 하고 보지 못한 그 결과지를 지금 봅니다. 검진 결과 속에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고 몇년 째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유전자 검사에서는 난소암, 식도편평상피암, 위암, 골다공증, 관상동맥질환을 집중관리 해야 한다고 합니다. 뼈가 튼튼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에 놀랐습니다. 아마도 폐경을 향하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가 아닌가 해요.


나이를 먹는게 두려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신혼 초에는 그 두려움이 너무 커서 정신과에 다닐 정도였어요. 죽는 것 보다 나이 드는게 무서웠거든요. 그렇지만 시간을 멈출 순 없자나요. 나이를 먹으며 20-30대에 무시했던 내 몸의 변화도 같이 관찰해 나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한번 태어난 세상에서 나이 먹는 것이 두렵더라도 건강하게 살기 위하여 내 몸을 돌보기로 했습니다. 먹는 것을 한번에 제어하기 어렵겠지만 24년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보려고요.


마음속에 있었던 휴*을 구매했습니다. 사면 쓰지 않는 가전으로 전락하는 착즙기, 이제는 매일 사용해 보려고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안고치게 노력을 약속해 봅니다. 옷도 화학섬유는 줄이고,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치약 등도 성분이 순한 물품으로 사용해 나갈 예정 입니다. 생리대는 빨아 쓰는 면 생리대를 사용하다가 이번에 과다 월경으로 감당이 되지 않아 화학 생리대를 사용하였는데 다시 면 생리대를 사용해야 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회사생활부터 고쳐야 겠네요.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에너지가 없는데 생리대를 빨 체력은 있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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