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일이 많았습니다. 이사를 했어요. 이사준비를 위해 냉장고 청소를 하던 중 수고해서 만든 생강청을 깨트려 버렸습니다. 생강청 닦아내고 깨진 유리조각을 치우느라 애를 먹었어요. 덕분에 냉장고는 더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를 하고 나서는 가구의 배치도 다시하고 짐도 제 자리에 잘 수납을 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요. 그래서 아직도 짐들이 복도와 거실에 널부러져 있어요. 모든걸 한꺼번에 하고 싶었는지 그 와중에 운동도 하루에 3탕을 뛰는 무리스러운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새벽에 수영하고 점심에 달리고 저녁에는 골프를 치고. 갑작스런 변화에 몸이 놀랬는지 감기를 심하게 앓았습니다. 수영장 물을 조금 먹었는데 그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가는 날에 쓰러질 것 같이 아팠지만 그래도 어머니 치과 일정을 다시 잡을 순 없어 강행했어요. 어머니를 치과에 모셔다 드리고, 진료실에 들어가시는 거 보고 저는 그 윗층에 있는 내과에 갔습니다. 열이 39.5도, 간호사 선생님께서 너무 아프겠다며 제 상태를 살펴봐 주셨고 코로나와 독감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둘다 아닌 그냥 감기. 선생님께 엉덩이 주사와 더불어 링거도 꽂아 달라고 부탁 드렸습니다.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는데 갑자기 늙은 내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자식도 남편도 없을 때 이렇게 혼자 누워있겠지 상상합니다. 그 때 지금 이 간호사님 처럼 나를 돌보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로봇이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한시간 만에 몸을 가누고 어머니가 계신 아랫층 치과에 갔어요. 아직 어머님은 어금니를 빼고 계셨습니다. 턱관절이 안좋으신데 이까지 썪어입을 벌리고 있기 힘드셨을 텐데 잘 참고 이를 빼셨습니다. 어머님도 저도 저녁은 죽을 먹어야 할 것 같아 죽집에서 죽포장을 하나씩 하고 집으로 돌아 왔는데 자리에 누으며 또 생각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좋아하는 드라마도, 운동도 못하고 그냥 자야 하는걸 억울해 하며 잠을 청했고 아직도 조금 아픈 기운이 남았지만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글을 써 내려 갑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벗꽃도 못보러 나가는게 또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