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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생애주기'(PLC)마다 다른 영업조직 전략

내부 경쟁조직과 내부 통합조직, 정답은 상황 속에 있다

by Jake공원
조직 운영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습니다.
특히 영업조직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경쟁과 협력 사이를 오가야 합니다.


얼마전 어느 임원으로부터 자사가 속해 있는 시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어서 큰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조직 내부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줄어드는 매출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내부 경쟁조직을 다양하게 신설'하고 경쟁을 활성화하여 영업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야한다는 말씀을 확신에 차서 하시더군요.

문장에 포함된 '쇄신', '반전', '경쟁활성화', '주도적'같은 단어들이 의욕과 긍정의 힘을 부여하는 듯한 느낌이 들겠지만, 아쉽게도 저는 듣고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응? 시장이 쇠퇴기에 있는데 내부경쟁조직을 활성화시킨다고?'

아무래도 관심사와 전공이 이쪽이다보니 시장과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써야할 경영전략과 조직구조, 마케팅 등 수단이 달라야한다는 프레임이 머리속에 있어서 귓가에 그 말이 걸려 떨어지지않더군요.

제가 느낀 느낌은 마치 '금리가 오르고 있으니 투자를 확대하자'라는 뉘앙스로 들렸습니다. '오른다'와 '확대하자'는 단어가 주는 문장의 느낌은 꽤나 긍정적이지만, 금리가 오를때는 투자를 줄이는 것이 정설이긴하죠.;


그럼. 시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산업군에 속한 기업의 영업조직은 어떻게 운영하고, 꾸려야할까요.



조직 전략은 ‘시장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많은 기업이 내부 경쟁조직을 통해 성과를 자극하거나, 반대로 내부 통합조직으로 협업과 효율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 더 우수한가?'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건, 특정 방식의 조직전략을 "언제,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말하자면, '시장 생애주기(Product Life Cycle, PLC)'에 따라 조직을 유연하게 바꾸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내부 경쟁조직 vs 내부 통합조직, 그 차이점은?


내부경쟁조직은 팀 간 경쟁중심으로 움직이며 실행속도를 강조합니다. 경쟁을 통해 혁신을 유도하고 다양한 팀만의 생존전략을 통해 새로운 실험이 가능합니다. 다만, 팀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자원의 중복 투입으로 인한 비효율성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특히, 내부 영업 조직간 경쟁은 가치차별을 통한 수주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으로 치달으면서 회사전반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


내부통합조직은 팀 간 협력중심으로 움직이며 효율과 일관성을 강조합니다. 팀 간의 협력이 용이하고 자원을 절약하며 고객경험과 고객가치를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통합조직인 만큼 유연성이 부족하고, 각팀마다의 창의성이 억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조직의 운영 방향에 대한 서로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맞고 틀리다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에 맞게 즉,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장 주기에 따른 영업조직 전략 매칭


(1) 빠르게 실행하고 기회를 잡는 <도입기> : 내부경쟁 조직


도입기 시장은 수요가 막 형성되기 시작하는 단계로, 고객의 니즈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표준화된 방식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는 기민한 실행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합니다. 내부 경쟁조직은 팀 간의 자율성과 경쟁을 부여하여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AI, 블록체인, 자율주행 관련 솔루션을 판매하는 신기술을 영업하는 B2B 영업팀에서는 팀별로 각기 다른 산업군(제조, 금융, 물류 등)을 타겟으로 새로운 기술을 연결하는 실험적 영업 전략을 수행합니다.

혹은 스타트업 세일즈 팀이라면 시장 검증(Market Validation)을 목표로 여러 방식의 제안서, 가격전략, 채널 전략 등을 병렬적으로 운영하며 시장 반응을 빠르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도입기에는> 내부경쟁 조직을 통해 빠른 실행, 새로운 아이디어 수용, 자율적인 팀운영,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


(2)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하는 <성장기> : 내부경쟁 조직


시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성장기에는 속도와 점유율 확대가 관건입니다. 내부 경쟁조직은 각 팀이 더욱 민첩하게 고객을 확보하고, 서로의 성과를 자극하며 시장을 리드할 수 있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성숙기에 속한 보험 영업조직이라면 전국 지점별로 경쟁을 유도해 고객 계약 수와 신규 유치 실적을 극대화하며, 지역별 특색 있는 세일즈 전략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습니다.

ICT 영업팀이라면 각 팀이 통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세부 제품에 집중하여 개별 실적을 극대화하면서 고객사의 업종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영업도 가능하겠죠.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니 수요가 받쳐주니까요.

B2C 신사업 조직이라면 구독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전자상거래 플랫폼 초기 확산기에 팀 간 퍼포먼스 경쟁으로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쿠팡이 경쟁적으로 파트너스를 늘리듯이 말이죠.


(3) 효율성과 고객관계가 중심이 되는 <성숙기> : 내부 통합조직


성숙기에는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차별화가 어려워집니다. 이 시기의 핵심은 기존 고객의 유지와 브랜드 일관성, 운영 효율성 확보입니다. 내부 통합조직은 팀 간의 협업을 촉진하며, 중복된 자원과 활동을 제거해 비용을 절감합니다.


금융회사 영업조직이라면 전 지점이 하나의 고객관리 전략 아래 통일된 CRM 시스템을 운용하며, 고객 접점에서의 일관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합니다.

프랜차이즈 영업조직이라면 매장 간 가격, 프로모션, 고객 응대 방식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가맹점의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관리합니다.


(4) 유지와 수익성 중심의 정리를 해야하는 <쇠퇴기> : 내부 통합조직


쇠퇴기 시장은 수요가 줄고, 수익성이 낮아지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점에는 조직을 슬림화하고 최소 인력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운영 전략이 필요합니다. 내부 통합조직은 인력과 리소스를 집중시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남은 고객에 대한 관리에 집중하게 합니다.


전통적인 미디어기업(TV, 신문 등)이라면 지면 광고·방송광고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영업팀을 콘텐츠·디지털 통합 세일즈팀으로 재편하여 조직을 간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여야합니다. (그러고 있나요? 아직도 TV광고, 신문광고영업팀에 숫자만 쪼이고 있지 않나요?)

성숙한 오프라인 유통업이라면 점포 축소 및 자동화(키오스크, 온라인화 등)로 인해 기존 매장 중심의 영업조직을 본사 통합 관리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유연한 선택’


말씀드린 바와 같이 거시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전략은 충분히 가변적이어야하며, 민첩하게 스스로를 변화시켜 (agile하게) 기업이 처한 시장의 상황과 조직의 목적에 따라 가장 적합한 형태의 조직구조를 구성해내야합니다.


즉, 내부 경쟁조직과 내부 통합조직은 시기에 따라 상호 보완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도입 및 성장기에는 경쟁을 자극해 빠르게 움직이고,

성숙기엔 협력을 통해 브랜드와 고객을 지켜야 합니다.

쇠퇴기엔 효율을 극대화해 다음 단계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조직의 구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할 도구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영업조직도 함께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 내에서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을수록, 한사람의 판단이 모든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록 과거의 단편적인 경험이나 특수상황의 지식을 일반화하여 섣불리 시행하는 오류는 조직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늘 유연한 생각과 마음으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올바른 판단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의 역량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배우고 성장하는 세상이 오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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