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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ter Lieberman Jan 23. 2022

심심한 토요일 밤

교양있다는 건 무엇일까. 나에게 교양이란 남들이 인정하는 문화적 소양이나 매너, 혹은 지식을 갖추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나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내가 혼자하는 생각과 감정이 나 자신에게 최대한 부끄럽지 않았으면 한다.


미국 시골/소도시에서의 삶이 가진 장점이 있다면 역설적이게도 심심함이다. 서울에서  때는 24 시간 모든 것이 풀가동이 되어 무언가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안될  같은 강박을 느꼈던  같다.  늦은 밤에도, 심지어 새벽에 조차, 편의점, 주점, 식당, 사무실, 학교 등에 켜진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밤과 낮의 구분이 사라졌다. 밤이 가진 고요함과 적막함, 그리고 쓸쓸함은 좀처럼 느껴보지 못했다. 주말도 마찬가지이다. 한적한 주말의 여유란 단어는  속에서나 읽어본  같다. 각종 약속과 활동 들로 주말 역시 빈틈없이 흘러갔다. 소위 ' 시간'에는 알지 못할 공허감에 괜히 연락처를 뒤져 만날 사람을 찾거나, 수면과 영상 시청으로 시간을 잘라내기에 바빴다.


그러다보니, 정작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뭘 느끼고 사는 지 찬찬히 돌이켜볼 여유가 없었다. 임박한 과제에 집중하고 이러저리 사람을 만나고 다니다보면, 정작 나란 사람과 대면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늘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정작 어디로 가고 있는 지는 몰랐다. 그저 사람들이 얘기하는 반짝이는 그 무언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을 뿐.


이 곳에서는 '놀랍게도' 밤이 되면 불이 꺼진다. '놀랍게도' 주말엔 일터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 '놀랍게도' 만날 사람이 많이 없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지만, 나는 이런 풍경이, 삶의 환경이 여전히 생경하다. 이 심심한 삶에 지루해진 나는 드디어 나에게도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뒷구석 콩쥐에게도 드디어 볕들날이 찾아온 것이다. 팥쥐를 시집보내고 외로움에 못이긴 계모가 무심한 척 콩쥐에게 묻는다. 넌 뭘 좋아하니?


이 갑작스런 관심이 난 조금은 당황스럽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타보는 어린이 처럼, 나란 사람을 어떻게 운전해야할 지 잘 모르고 있었기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들이 가르쳐준 삶의 방식을 벗어나,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 지 알아가고 싶다는 점이다. 남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효율적'인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소위 '쓸데없이' 살기 위해 애쓰고자 한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남들이 쓸데없다 한들 나에겐 의미 있는 일이다.  


심심한 토요일 밤, 난 이 쓸데없는 에세이를 쓰며 나에게 묻고 있다. 넌 도대체 누구냐고. 언젠가는 이 질문에 조금 더 교양있는 답을 할 수 있는 내가 되어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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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비에리의 교양수업"을 읽고 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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