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유현 Dec 09. 2022

카타르 여행, 시작은 국립박물관입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외관은 사막장미를 형상화하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을 한 것보다 현대건설이 지었다는 게 핵심이다.

 사막장미는 장미가 아니라 사막에서 모래, 염분, 미네랄과 석고를 머금고 수분이 증발하여 된 광물의 형태로 실제로도 우아한 분홍색 장밋빛을 띠고 있다. 사막장미처럼 수직과 수평을 찾아보기 어려운 National Museum of Qatar는 일단 카메라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외관이다.



 2019년에 개관하여 올해로 4년밖에 안된 국립 박물관이지만 수백 년을 이 자리에 있을 마음으로 지은 것 같은 견고함이 외관과 내관 모두에서 느껴진다.

 카타르 방문 첫날, 메트로를 타고 박물관에 도착했다. 카타르 박물관은 National Museum 역과 매우 가까웠고 뒤에 보이는 바다 조금과 한국과는 다른 조경의 황량한 느낌, 그리고 사막 장미 건축물은 정말 잘 어우러졌다. 입장에 앞서 기념사진을 수십 장 찍었다. 


 우리 일행의 방문을 위해 미리 11시에 입장 예약을 해 두신 호스트 덕에 여권과 하야 카드, 그리고 검색대라는 3종 세트를 확인 후 관람을 시작했다. 다짜고짜 흑백사진으로 유목민처럼 염소를 키우며 사막 한가운데에서 살던 모습들이 영상으로 보였다. 무슨 박물관이지? 국립박물관에는 무엇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거지?

진주와 보석이 박혀있는 카펫. 가기 전부터 아들이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점차 발달한 수공예품들, 전쟁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물건들, 어업으로 먹고살았던 시절의 배의 모습, 진주 그리고 마침내 천연가스까지 카타르의 오늘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간순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 내부 역시 사막장미의 외부처럼 기울어져있기도 하고 둥근 느낌을 주기도 하는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흘러가듯 그 길들을 따라가면 갈라지기도 하고 만나기도 했는데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는 흐름이라는 것을 다 관람한 후에야 깨달았다. 그만큼 자연스러웠다. 




  중간중간에는 미디어월을 설치하여 시선을 강탈하기도 하고 게임 형식으로 염소를 몰아보거나 우물에서 물을 길어보거나 하는 재미도 추구했다. 어린이가 와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수준의 콘텐츠도 많았고 카타르를 잘 모르는 나 같은 어른이 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 박물관이었다. 



굿즈샵에 마련되어 있는 사막장미 


 혹여나 카타르를 방문한다면 국립박물관 굿즈샵에서 기념품을 소소하게 미리 사 두는 것이 좋다. 공항 면세점보다도 국립박물관 굿즈샵이 조금 더 카타르스러운 귀여운 물건들을 훨씬 많이 만날 수 있다.  공항 스타벅스에서 카타르 컵을 사 온 나로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두시간 정도 구경했을까? 다리가 아파서 슬슬 박물관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야외에 있는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주변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순간도 좋았다. 생각한 커피의 맛은 아니었고 생각한 아이스초코의 맛도 아니었다. 이곳 커피는 조금 신맛이 많이 난다. 뭔가 독특하다. 그렇다고 엄청 아랍향이 나지는 않는데 내가 먹던 커피의 그 어떤 맛과도 다르다. 우유가 다른가?


 작은 차이가 불편하기 보다 신기한 것이 타문화권 여행인 것 같다. 비록 커피와 아이스초코의 반 이상은 버려졌지만 결코 맛이 없었다고 하지 않겠다. 조금 달랐다. 


작가의 이전글 감안하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